[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 제조업 경기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제조업 지표는 2년3개월만에, 민간 기관의 지표는 1년6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지난 4월부터 산발적으로 이어진 미니부양책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씻어냄은 물론 안정적인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결과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부동산 등 경제의 잠재적 위협요인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7월 정부·HSBC 제조업 PMI 51.7..신규주문 호조
1일 중국 국가통계국과 물류구매연합회(CFLP)는 7월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 51.4와 직전월의 51을 모두 상회하는 것으로 지난 201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12개 하위 항목 중 10개 부문에서 개선세가 포착됐다. 그 중에서도 생산지수가 54.2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신규 주문지수도 53.6으로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규 수출주문지수도 50.3에서 50.8로 개선돼 해외 수요의 안정적 회복을 알렸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PMI가 모두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상회했다. 소기업의 PMI가 50을 넘은 것은 201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민간 기관인 HSBC도 제조업 지표를 발표했다. HSBC의 7월 제조업 PMI 확정치는 51.7로 집계됐다. 직전월의 50.7보다는 개선됐지만 잠정치였던 52에는 다소 못 미쳤다. 그럼에도 작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은 유지했다.
HSBC의 제조업 지표에서도 국내 수요의 견조한 회복이 돋보였다. 이달의 신규 주문지수는 53.3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대내 요인이 대외 요인보다 경제 환경 개선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이 확인됐다.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의 지표들은 중국의 경제활동이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와 선택적 경기부양책, 대외 수요 개선 등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졌음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조안나 추아 시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두 개의 제조업 지표가 중국 경제의 회복을 재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PMI는 중국 내 31개 산업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되며 대기업이나 국유기업이 중심이 된다. HSBC의 PMI는 420개 수출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미니부양책의 효과..연간 7.5% 달성도 낙관"
중국의 제조업 지표 개선을 두고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까지 혜택이 미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는 분석이다.
프레드릭 뉴만 HSBC 아시아지역 리서치담당자는 "지난 몇 개월간의 경기 부양책 효과가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며 "당분간은 경제 성장에 계속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 경제는 분명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견인차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이후 '미니부양책'이라 불리는 일련의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철도 등 인프라 투자로의 재정지출 확대, 은행권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4조위안의 막대한 자금을 한꺼번에 풀었던 것과 달리 도움이 필요한 곳에 알맞은 지원을 해 경기 둔화를 막으려 했다.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미니부양책은 실물 경제에 즉각 반영됐다.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5%로 18개월만의 최저치였던 1분기의 7.4%에서 반등했다. 올해의 중국 은행권 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가 정부의 목표치인 연간 7.5%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제조업 PMI가 51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저우하오 호주뉴질랜드뱅크(ANZ)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고 있음이 매우 명확하다"며 "연간 성장 목표치인 7.5%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하반기는 '개혁'에 방점.."부동산·고용 리스크 주의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혁에 속도를 내야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정부에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이와 궤를 함께한다.
에반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걱정할 만한 조금의 이유도 없다"며 "경기 부양에서 구체적인 개혁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도 좋을 때"라고 언급했다.
전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 구조 개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하반기에는 개혁에 방점을 둔 정책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경제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15%를 차지하며 40여개 산업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주택 가격이 2년여만에 첫 하락세를 보인 이후 후허하오터를 필두로 지난, 우시, 원저우, 항저우, 닝보 등 지방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리웨이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안정을 확신할 수는 없다"며 "주택과 제조업 투자 부문이 위기를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젠광 이코노미스트도 "제조업 경기 개선이 부동산 부문의 침체를 상쇄시킬 만큼 강하지는 않다"며 "정부는 성장률 달성을 위한 정책 조율에 계속 신경 쓸 것"이라고 전했다.
불안한 고용 시장의 분위기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HSBC의 지표에서 고용지수는 9개월 연속 위축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지표에서도 고용인원지수는 48.3에 그쳤다. 2012년 하반기 이후 줄곧 48을 배회하고 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고용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 구조 개혁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소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고용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뉴만은 "과거 20여년간 산업화를 중시했던 정부의 정책에 소비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며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정책 지원으로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