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내국인의 해외여행 면세한도를 현행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이상원기자)
그동안 업계와 면세점 이용객들의 빗발치는 면세한도 상향 요구에도 꿈쩍않던 정부가 드디어 움직인 것.
400달러 면세한도는 1988년 당시 한도다. 30년 가까이 한도증액은 안 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던 정부였다.
그러나 이번 면세한도 상향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단순히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물러서기만 한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세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면세한도를 어기거나 신고하지 않았을때 부과하는 가산세를 최대 두배까지 인상했기 때문에 세수입측면에서는 정부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6일 기획재정부가 내 놓은 2014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정부는 해외여행자의 휴대품 기본 면세한도를 현재 미화 400달러에서 내년부터 600달러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으로 관세규칙을 개정키로 했다.
동시에 자진신고하는 여행객에는 산출세액의 30%를 최대 15만원까지 깎아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600달러의 한도를 초과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금액을 속이는 등 부정행위를자에 대해서는 신고불성실가산세를 현행 30%에서 40%까지 인상하고, 2년 이내에 2회 이상 적발된 상습 부정행위자에게는 60%의 높은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여행객 입장에선 200달러의 면세여유가 늘어났고, 과세당국에서는 그만큼 세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내국인의 해외여행 풍토와 관세청의 업무현황을 보면 오히려 과세관청의 세수입이 늘어날 수도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지난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내국인은 1561만명에 달하고 이들 상당수가 시내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 혹은 기내면세점을 이용한다.
대다수는 400불의 면세한도를 넘겨서 물품을 구매하지만 이를 자진신고하는 경우는 사실 극소수다.
세관의 휴대품검사가 모든 여행객을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
관세청은 2012년에 66만7000건의 여행객 휴대품을 조사했고, 이중 43.6%인 29만1000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전체 내국인 해외여행객수와 대비해보면 조사비율은 3~4% 안팎이다. 여행객 100명 중 서너명만 세관의 감시망에 걸려들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상당수 여행객이 면세점에서 고가의 가방을 구입하거나 선물을 사들고 여행을 다니다가 그대로 다시 입국하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에 면세한도를 늘려주더라도 가산세라는 징벌을 강화하면서 자진신고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한도를 넘어선 물품을 사오다가 공항에서 적발돼 30%의 가산세를 낸 건수는 6만894건이며 이들이 21억원이 넘는 가산세를 부담했다. 숨어있는 미신고자의 수에 비하면 미비한 수치지만 한번 적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 늘게 되면 자진신고의 비율도 늘 수 있다.
이번에 가산세율은 기본적으로 40%까지 올랐고, 2회 이상 적발되는 상습범의 경우 무려 60%까지 가산세를 물게 했다.
수십년간 지켜왔던 면세한도를 풀어헤친 정부가 울상을 짓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