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박영선, 세월호 협상 난항..초장부터 '설전'

박영선 의혹 제기하자 이완구 언성 높여

입력 : 2014-08-07 오후 1:33:08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완구·박영선 여야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이 7.30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렸으나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을 빚으면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난항에 처했다.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모두발언에서부터 팽팽하게 부딪혔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자는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과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의 중재에도 설전은 40분 가량 이어졌다.
 
지난 주례회동들이 간단한 모두발언 직후 비공개 전환됐던 것과 비교할 때 이번 신경전은 이례적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쏠린 국민적 관심으로 취재진이 몰렸음에도 양당 원내대표가 공개 충돌함에 따라 회동은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부각된 대외비 자료를 재보선 직전 만들어 카카오톡으로 유포시켜 여론을 왜곡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같은 당 김명연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내용에서 생활비 지원 부분을 그대로 옮겼거나, 한발 더 나아간 대외비 자료를 만들었고, 새누리당이 이를 카카오톡으로 유포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거 전에 왜곡된 유포를 한 행위를 이번에만 당한 것이 아니다"면서 "심각한 문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분명한 입장과 사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오늘은 박 대표님 모시고 큰 얘기를 하려고 나왔다"고 말했고, 박 원내대표는 "굉장히 큰 얘기"라며 "선거 전에 왜곡된 카톡을 유포시켜 국민들이 (그것을) 믿게 하는 행위가 반복됐다. 공작정치"라고 맞받았다.
 
이에 이 원내대표의 언성이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우리가 오늘 싸우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박영선과 이완구가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는 마비가 된다"며 "국사를 논의하는 마당에 개개인이 판단해서 제출한 법안이나 행위에 대해 원내대표 간 엄중한 주례회동 자체가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문제가 있으면 당사자나 제가 사과하고 그러면 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국회 운영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문건에 의해 카톡으로 시스템적으로 유포되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왜곡된 여론이 조성됐다.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어 "세월호 국조특위 청문회와 관련해 당초 청문회 증인 채택은 양당이 증인을 원하는 사람 모두로 하도록 문건으로 나와 있다. 약속을 지켜주셔야 될 일"이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재요구했다.
 
아울러 "산적한 현안, 김영란법이나 정부조직법 등 야당에서 이것을 통과시키려고 지난 5월부터 저희는 TF를 꾸려서 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여기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 일정은 다 알고 있고, 관련해서 걱정하는 마음은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선거 전날 유병언 사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과수에서 확인된 사체를 아니라고 했다. 이것을 한 번도 저는 언급한 바 없다"고 공격 화제로 전환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가 오늘 박 대표님을 만난 이유는 큰 틀에서 원내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국회 운영이 차질을 빚게 하면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결코 의원 한 분 한 분의 행위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을 규명해서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나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늘 우리가 만난 것은 국감을 앞두고 각종 법안이 계류 중인 것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설전으로 꽉 막힌 교착상태는 실마리를 찾기 힘들게 됐다. 특히 서로의 감정만 건드린 채 이견만 확인하며 얼굴을 붉힘에 따라 향후 국회 일정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재보선 압승으로 세월호 정국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여당과 선거 참패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야당 간 속사정도 맞물리면서 두 사람의 설전에는 날이 섰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이완구(우)·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좌)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주례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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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