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8개월째 20달러대 초반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다운스트림)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수요가 부진한 데다 미·중 반덤핑 분쟁이 핑퐁게임 양상을 보이는 등 시장 불확실성의 잔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7일 태양광 시장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8월 첫째주 폴리실리콘 평균 거래 가격은 킬로그램 당 20.78달러로, 전주 대비 0.81%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초 반등에 성공한 뒤 8개월째 20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부터 3월까지 22달러대로 미세하게 상승곡선을 보이다가 4월부터는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현 가격 추세가 이어진다면 폴리실리콘 대표주자인 OCI가 제품을 팔아도 밑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OCI는 현재 4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OCI의 생산원가가 업계 최저 수준인 20달러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장기간에 걸쳐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중국의 수요 부진과 미·중의 무역분쟁 재연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만 6~7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설치량은 4GW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대한 허가권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면서 설치량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태양광 제품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도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5일 덤핑 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 트리나솔라, 잉리솔라·우시 선테크파워 등에 각각 반독점 예비 관세 26.33%, 42.33%를 부과했다. 이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양측의 무역 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이 2012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한 것을 계기로 양측의 무역 갈등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듬해인 지난해 중국이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판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반격을 가하자 올해는 미국이 중국과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역공을 날렸다.
특히 이번 조사는 독일 태양광 업체 솔라월드의 미국 지사가 제소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견제가 여전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복 단계에 진입한 태양광 업황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불안해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대 초반대에 머물며 당분간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향 수출길이 좁아진 싱황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태양광발전소 확대 정책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 중 분산형 태양광 발전 수요를 촉진할 정책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올해 태양광발전 설치 목표량을 13GW로 정하고, 지방정부에서 분산형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과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 차원에서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장려할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 내부 수요가 늘더라도, 미국의 반덤핑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연말까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폴리실리콘 가격은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