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구조조정기금 등 은행권에 대한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높은 임금 수준이 공개되면서 고액 연봉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직원들이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며 생산성이 높아진 데 따른 보상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들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 한국씨티, SC제일 등 8개 은행의 총 인건비는 7조7956만3700원으로, 이를 은행의 연평균 임직원 수 9만5685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8147만원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 인건비는 급여,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체 임직원 중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을 제외할 경우 정규직 평균 임금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로는 외환은행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921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SC제일은행(9029만원)이 뒤를 이었다. 기업은행(8643만원), 국민은행(8579만원)도 8000만원 선을 넘어섰고, 우리은행(7970만원), 신한은행(7630만원), 하나은행(6162만원)도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화 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연말 성과급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1인당 인건비는 지난 2007년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이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단순히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이라는 것은 직원들의 노동에 대해 시장이 가치를 매긴 결과"라며 "단순히 '국민정서법'으로 여론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주장에도 높은 임금이 실제 성과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은 해외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한 채 수익창출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 실적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홍콩, 유럽 등에 모두 8개의 현지법인을 갖고 있는 신한은행은 그나마 해외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이다.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국민은행의 경우 홍콩과 런던에 2개의 현지법인과 뉴욕, 도쿄, 중국 등에 모두 5개의 지점을 보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2007년과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만든 우리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경우 해외 영업망이 잘 발달돼 있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의 해외시장 개척은 이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고 실제로 그쪽에서 얻는 수익도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들이 혈세로 마련된 공적자금을 받는 만큼 좀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개별 은행들의 임금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영사항에까지 공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은행권의 임금 수준이 구체적인 성과와 연동돼 있는지를 먼저 체계적으로 측정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 등은 현행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임금 문제를 언급하려면 일단 성과와 보상의 적절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이뤄진 뒤,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정비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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