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오랜 갈등의 끝이 서서히 보인다. 결론은 야구계가 바라던 해피 엔딩(Happy Ending)이자, 지역주민 또한 수용이 가능할만한 대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시가 지난 2013년 1월 진해구 여좌동의 옛 육군대학 부지에 신축 야구장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된 새 야구장 입지의 문제가 수습 국면이다. 지난달 신임 안상수 창원시장 취임 이후 신축구장 부지는 기존 야구장(회원구 양덕동) 인근의 마산종합운동장 자리로 변경하고, 육군대학 부지에는 야구장 대신 대학과 연구소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로서는 당초 '최상'으로 희망한 그대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확정 발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야구장 건설을 기다려오던 진해구 서부지역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줬다가 빼앗는' 시의 정책 결정에 화는 나지만,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많은 것을 얻어내자는 주장이 중론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일대 옛 육군대학 터. 해군 관사 외에는 현재 거의 대부분의 시설이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신축 시설은 없어 수풀이 울창한 상태다. (사진=이준혁 기자)
◇신축구장 대신 기술집약형 6개 교육연구형 단지 조성
여당 당대표 출신인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신축 야구장 입지 갈등 해결은,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다. 신생 통합시에서 발생한 갈등인 데다가,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거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신축 야구장을 NC다이노스가 희망하는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지을 계획이다. 이미 결정을 사실상 굳힌 단계에서 진해구 서부 주민의 서운함을 달랠 절차를 밟는 등 향후 대안을 논의 중이다.
창원시에서 진해구를 위해 내놓은 대안은 교육·연구단지다.
성산구 성남동에 위치한 한국기계연구원 산하 재료연구소 제2캠퍼스를 앵커시설로 삼고, 경남테크노파크와 재료연구소가 속한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공동추진하는 '소재부품 혁신센터', '차량부품 혁신센터', '금형시제품제작소'를 만드는 것이 연구 시설 유치의 핵심이다.
이들 시설이 모두 들어설 경우 육군대학 터에 들어갈 예산은 초기 투입분만 살펴도 무려 3000억원에 달한다. 공동추진 센터를 제외하고 예정된 제2캠퍼스만 살펴도 6만6000㎡에 달하는 면적에다 11개동을 건축하기 때문이다. 고용창출효과를 비롯한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예산 1300억원대의 전기추진시스템 연구개발 특화센터 이전과 의창구 두대동에 자리잡은 지역 대학인 문성대학의 제2캠퍼스 조성도 예정된 상태다.
문성대학은 교육부 지원 평생직업교육대학(2014~2018년) 사업의 동남(부산·울산·경남)·제주권의 대학으로 유일하게 선정돼 캠퍼스의 확장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이 모든 방안이 실현될 경우 약 5000억원 규모 투자가 진해 서부 지역에 이뤄진다.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는 야구장보다 이익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일대 옛 육군대학 터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이번 공약은 '실현 가능성' 크다
문제는 변경된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다. 만약 발표한 사항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진해 서부권 주민의 박탈감이 생김은 물론 신축구장 마산권 건립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뉴스토마토>의 취재결과 진해구 지역 주민들과 상인,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 다수는 시가 제시한 대안을 수용할 마음이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기존 공약을 엎고 새로 제시한 공약이기에 이에 대한 불신은 남아 있었다. 이미 공약을 지키지 못한 상황인데다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이기에 언제 손바닥 뒤집듯 공약 파기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록 실제로 열리지는 않았지만 지난 20~21일 창원 진해권 6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진해발전추진위원회가 시청 앞에서 야구장 입지 변경을 반대하는 집회를 추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진해구가 지역구인 김성찬 국회의원(새누리당)도 "첨단산업기술단지 조성은 2011년 창원시의 발전계획안 중에서 일부를 급조해 나온 것으로 실현될 가능성조차 희박해 보인다"며 "문성대학 부분은 협의를 하고 있다는데, 아직 진행중인 것을 가지고 누구한테 뭐라 이야기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뉴스토마토>는 창원시와 해당 기관을 통해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창원시 기업사랑과 관계자는 "창원시는 한국의 기계·소재 분야를 이끄는 도시로, 산업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창원시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당 연구시설은 반드시 정말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읍·면 단위의 농촌 지역에 가지 않는 한 시가지에선 마땅한 땅이 사실상 없다. 결국 센터를 짓는다면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일대에 조성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야구장건립사업단 관계자는 "재료연구소는 벤처·창업 등의 기업 육성업무, 강의·학위 등의 각종 교육업무, 시험·인증 등의 기술 평가업무 등을 모두 한다. 유동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어 지역상권이 자연히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전 대상기관 소속 관계자는 "이미 몇 달 전에 이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일부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진정된 상태"라며 "가게 된다면 잘 지어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새야구장건립사업단이 위치한 창원 진해구청 건물. (사진=이준혁 기자)
◇9월 첫째 주, 윤곽이 잡힌다
현재 창원시의 관련 업무 처리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가능한 수준에서 최상의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당초 공언했던 이달 말 확정 발표는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는 모두가 예상했던 바다. 그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현할 수 있는 합의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낫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시의 '야구장 건립 마산권 확정·진해구 대체 인프라 발표'는 빠르면 다음달 첫주 중에 발표될 전망이다. 일부 이전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이번주 중에 체결하고, 지역설명회를 진행한 후 언론브리핑은 빠르면 다음주 금요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창원시는 이전 거론기관 측과 수시로 만나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이미 많은 교감이 이뤄졌고 발표만 앞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지역설명회 일정도 계속 잡을 예정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용암 야구장건립사업단 단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업단이 생겨난 이래 가장 바쁘게 일하고 있다"며 "기발표된 정책을 변경하면 불만이 생기는 사람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경우면 불만이 생길 사람들을 달래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는 끝까지 많은 시민들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전에 발표가 가능하냐는 질문엔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단장은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브리핑은 다음달 첫 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물론 그 전에 여러 기관과의 MOU도 체결하고, MOU를 맺은 것을 어떻게 실제 유치로 정말 이끌 것인지, 진해 서부지역 대안책을 통해 지역 발전을 어떤 형태로 해낼 것이며 변경될 새 야구장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확정하려 한다. 이제 조금만 기다려 달라. 좋은 소식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NC 구단은 최근 시와 빈번히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창원시는 새 야구장 공사를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진해구 주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야구계와 팬들의 바람에는 어떤 소식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2013년 이후 창원시 신축 야구장 건립 관련 일지. (정리=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