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정부가 영남권 공항 수요조사를 통해 사실상 새 공항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타당성 조사가 남은 상태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벌써부터 국제공항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2023년 김해공항 활주로 혼잡..정부, 신공항 필요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김해공항 등 영남지역 5개 공항의 장래 항공수요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25일 오전 10시30분 국토교통부 330호 회의실에서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연구 용역 초종보고회를 통해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자료제공=국토부)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해공항은 오는 2023년이면 활주로가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항공수요가 연평균 4.7%씩 증가해 오는 2030년이면 216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영남지역 국제선 항공수요가 2030년 2287만명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조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인근 대구공항 등 나머지 4개 공항은 활주로 용량이 수요보다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공항과 울산·포항·사천공항도 각각 매년 5.4%, 1.2%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해공항은 지난 5년간 연 8.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687만명의 여객수요는 지난해 967만명을 기록했다. 5년새 280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대구공항도 저비용항공사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보다 17.2% 성장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지난 2009년 이후 저비용항공사의 급성장 덕분이라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김해공항 국제선의 저비용항공사 점유율은 지난 2009년 6%에서 지난해 37%로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국제선 운항편수도 지난 2009년 24개노선 주 424편에서 지난해 30개노선 주 732편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11년 4월 정부는 당시 동남권신공항 사업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백지화된 바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으로 기존 김해공항 증설안 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견해다.
국토부는 "앞으로 항공수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영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공항의 입지와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위해 5개 지자체간 합의를 거쳐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연구는 지난 1년간 이뤄졌으며, 총 7억8000만원정도 투입됐다. 국제선은 파리공항공단(ADP), 국내선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했다.
◇대구·경북(TK), 부산 등 "입지선정은 신중해야"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신공항 건설과 남부권 경제 공동체 발전을 위한 설명을 발표했다.
권 시장은 "이번 수요조사를 통해 남부권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게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며 "지난번 수요조사보다 1300만명 정도 수요가 더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긍적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장소 문제는 현 단계에서는 거론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과거 동남권 신공항이 지역 간 갈등으로 무산됐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 입지 선정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김 도지사는 "신공항 명칭은 통합신공항으로 돼야 한다. 처음부터 아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상식이 통하는 수준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입지선정이 투명하게 선정돼 남부권 시·도민이 염원하는 미래의 공항이 돼야 한다"고 기대했다.
부산시도 즉시 신공항 수요 조사결과와 관련한 환영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부재 부산시 공항정책담당관은 "정부는 김해공항의 활주로 포화상태로 예상되는 항공수요를 대비해야 하는 등 이번 수요 조사의 결과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평가됐다"며 "앞으로 영남권 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시는 대구·경북 등 다른 4개 시·도와 함께 협력해 입지타당도 조사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지역 모두 정치적 쟁점화에 따른 지역갈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입지유치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효과만 30년간 17조원, 생산유발효과 12조~17조원 등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밀양, 부산 등 주요 지역간 신공항 유치를 두고 각 지자체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