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도 부품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동의안 절차가 진행 중에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송 의원은 이 자리에서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날짜를 정하면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집한 회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것.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발생한 데 대해서 국민들과 지역구 주민들에게 사과하면서, 기자회견 말미로 재차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악용할 생각이 절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원들과 동료 의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자진출두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송 의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정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철도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동의안 관련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 이전이라도 법원이 출두를 요구하면 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News1
그런데 송 의원 주장대로라면 환영 입장을 내야할 것 같은 법원이 이날 오후 곧바로 송 의원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법원은 "송광호 의원의 임의출석에 따른 심문은 형사소송법 규정과 어긋난다. 심문하더라도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 영장실질심사에 따른 후속절차 진행이 어렵다. (국회 동의 없이는) 심문 절차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즉, 송 의원이 아무리 자진출석 해봐야 국회 동의 없이는 현행법상 구속영장도 발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국회 동의 없이는 심문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라, 영장실질심사와 관련된 무엇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 한번 찾아보자. '불체포특권'은 헌법 44조 1항에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즉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체포나 구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밤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전 구속 영장을 신청하겠다고 하자, 두 시간 뒤 새정치연합이 임시 국회를 소집한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또 22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회기를 앞두고 검찰이 21일 현역 의원들에 대해 강제구인을 시도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법원의 주장대로 의원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등에 대해 나온 것은 국회법 26조로, 1항에는 체포동의안의 요청절차에 대해 나와 있다. 또 2항에는 체포동의안을 요청 받은 국회가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나 국회법 어디에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대해 나와 있지 않다.
송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송 의원 측은 법적인 검토가 미흡해, 이 부분을 전혀 몰랐다고 펄쩍 뛰고 있다. 법원이나 검찰 등의 반박이 분명한 상황에서 뭐 하러 무리수를 뒀겠냐는 주장이다. 연말까지 국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불체포특권'이 있지만, '방탄국회' 논란으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선 송 의원이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탄 국회' 논란으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기 어려운 현 상황이지만,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대치로 '본회의' 소집에 난관이 예상되는 시점에 쏟아지는 비난을 잠시 피해보려는 쇼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6일 오후에 국회에 접수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족이 요구하는 세월호특별법의 재정을 요구하며 야당이 강경 투쟁을 시작한 날이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여야의 대치가 더욱 격해진 것이다.
이런 대치 국면 속에서 송 의원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은 없어 보인다. 스스로 밝힌대로 25일 기자회견이 ‘불체포특권을 악용하지 않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면,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여야에 제의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