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닝보법인 공장 전경.(사진=한화케미칼)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케미칼이 중국 폴리염화비닐(PVC)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닝보 PVC 공장은 지난해 생산 안정화 문제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힌 데 이어 올해는 원료인 에틸렌 가격 강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 닝보법인은 올 상반기 1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닝보법인은 한화케미칼이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3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PVC 공장으로, 지난 2011년 2월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생산능력은 연간 32만톤(t) 규모로, 에틸렌을 이용해 파이프와 섀시·바닥재 등 건자재의 원료가 되는 PCV를 만든다. 닝보 법인은 상업생산 이후 줄곧 적자 행보를 보이며 유화사업부문의 발목을 잡아왔다.
지난해 3분기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3분기 20억원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반짝 일회성 반등. 그해 4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중국 PVC 사업 수익성 악화는 무엇보다 원료인 에틸렌의 가격 강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케미칼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올 상반기 평균 가격이 톤당 1466달러로 지난해 상반기(톤당 1283달러) 대비 14%나 뛰었다.
반면 PVC 제품은 올 상반기 평균 가격이 톤당 127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톤당 128만원) 대비 0.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제품가격-원료)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 시장의 변동성이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거론된다. PVC는 주로 건자재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특히 부동산 경기에 취약하다. 중국 경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들면서 건설경기도 얼어붙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지속돼 올 상반기 중국의 주택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 감소했다. 그 여파로 중국 내 건자재 수요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수 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한화케미칼 닝보법인의 경우 석유에서 추출한 에틸렌을 원료로 이용하는 데 반해 중국 기업들은 석탄으로 PVC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산 PVC는 에틸렌 기반의 PVC 대비 불순물 함량이 높아 품질은 떨어진다. 하지만 원가가 저렴해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오히려 선호도가 높아진다.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화케미칼은 범용 대신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며 차별화 전략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중순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의료와 자동차 시장용 제품은 에틸렌 기반의 PVC을 선호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면서 "중국 외 동남아와 아시아지역으로 판매망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닝보법인이 제품과 시장다변화를 추진하는 장기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와 자동차용 제품은 기존 PVC 제품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신규 진입 뒤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닝보 PVC 공장의 경우 에틸렌의 일부를 여수 산업단지의 여천NCC에서 공수해 오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면서 "여기에 중국 건설경기 침체도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나서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