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다국적 제약사 CEO들을 무더기로 국감에 호출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공'은 인정하지 않고, 법적 규정에도 없는 사회공헌활동을 꼬투리 잡아 무리한 이중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합의로 다국적제약사 한국지사 대표이사들을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번에 채택된 다국적사 CEO는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 김진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장, 이동수 한국화이자제약 대표, 정해도 한국아스텔라스제약 대표, 현동욱 한국MSD 대표, 브라이언 글라드스덴 한국노바티스 대표, 조던 터 한국BMS제약 대표, 닐스 헤스만 바이엘코리아 대표, 리즈 채트윈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 마이크 크라익턴 한국로슈 대표, 더크 밴 니커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 등 사실상 총망라됐다.
이번 증인 채택을 주도한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에 연구시설을 짓고 정작 연구개발(R&D)은 하지 않은 채 약만 들여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이 같은 영업 행태가 경제 발전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이처럼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과연 사회공헌도 그에 걸맞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증인으로 채택된 다국적 제약사 대표 11명은 모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도 국감장에까지 소환하는 것은 일종의 면박을 주기 위한 국회의 과도한 '월권행위'라는 주장이다. 배경까지 의심되고 있다.
이 이원은 "입수한 자료만 살펴봐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사회공헌활동 규모는 매출 대비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 자체가 미미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대부분 등산대회나 환우회 등을 통한 현물 지원인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 한국 사회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기여 현황을 보면 국감장에서까지 꼬집을 정도로 미흡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시대상인 29개 다국적사의 기부금(사회공헌의 최소활동)은 매출 대비 0.37% 수준이며, 상장 국내 제약사는 0.17% 수준이다. 또 타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도 시가총액 100대 기업은 0.14%에 불과하다.
다국적제약사 대표들은 사회공헌을 비롯해 국내 임상 진행 등의 본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추세인데 국감장에까지 소환하는 것은 자국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국적제약사를 겁박하는 이중잣대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다국적제약사의 사회공헌 활동이 많다면 많을 수 있지만, 국내 제약사와 비교하면 국내 제약사는 본사도 한국이고 시설이나 인력 채용 규모도, 투자도 더욱 많다"며 "법적으로 다국적제약사라고 국내에 사회공헌을 얼만큼 해야 한다는 조항은 딱히 없지만 좀 더 많이 해주길 바라는 취지"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국내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 투자를 늘리는 등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임상을 통해 일부 환자들의 편의가 증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대로 얘기하면 제약사 입장에서도 한국은 그만큼 일하기 쉬운 환경인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도 이번 다국적제약사 대표들의 무더기 국감 소환은 국회의 과도한 월권행위라며 법적 규정에도 없는 사회공헌활동을 꼬투리 잡아 다국적사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시장에서 유통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저마진만 고집하는 등 집단 행동으로 미움을 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다국적제약사를 휘어잡는다면 세계적인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