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금호타이어(073240)가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재추진 과정에서 채권단의 승인을 받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채권단이 정확한 검증절차 없이 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승인한 것이어서 부실심사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실에 따르면,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에 제출한 'KTGA(금호타이어 해외법인) 투자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는 현대·기아차 임원이 어느 공장이든 먼저 진출하는 업체에 우선적인 시장점유율(M/S)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내용은 채권단 내부의 해외투자 논란을 잠재우고 승인을 받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에서 작성해 채권단에 발송한 '금호타이어 제14차 운영위원회 부의안건 검토' 자료에도 "한국타이어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현지공장 건설을 착수하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공장 보유기업에 납품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함에 따라 북미지역 OE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의원실은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측은 "자동차 부품의 구매는 시장상황과 가격,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되며, 사전에 특정기업에 대한 구매나 약정 의사표현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선 물량 배정에 대해 검토한 바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의원실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해외투자 승인을 이끌었다면서 정확한 검증 없이 이뤄진 부실한 심사는 무리한 부실투자로 이어져 국부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워크아웃 졸업 실사도 시작하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4000억원 규모의 투자 승인을 체결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금호타이어의 해외투자 건은 채권단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과 투자타당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국 공장 건립이 연기된 후 시장 상황이나 시기를 검토해 지금이 공사 재개의 적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채권단에 타당성 검토를 보고했고, 채권단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업계 논리상 현지에 공장이 있는 업체에게 물량을 줄 수 밖에 없고 이것을 원론적인 관점에서 채권단에 보고했을 뿐, 현대·기아차가 사전에 특정기업과 계약을 맺었다는 등의 내용을 적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금호타이어 미국 조지아공장 조감도.(사진=금호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