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약정이 끝난 휴대폰을 교체하기 위해 한 판매점을 찾았다. 새 단말기로 바꾸고 싶었지만 통신사를 갈아타고 싶진 않았던 A씨는 '에이징'이라는 신규가입 방식을 추천받았다. 번호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적게 받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에이징'을 통해 A씨는 기기변경보다 훨씬 많은 양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최근 이동통신시장에서 '에이징'을 통한 신규가입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번호이동시장에서 불법 보조금 단속이 강화되자 정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신규가입에 우회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른바 '편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에이징'이란 기존 가입자를 신규 가입자로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즉 신규가입으로 개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기존 번호를 신규가입에 입히는 것. 쓰던 번호로 타사에 번호이동을 했던 전례가 없고, 휴대폰 번호의 가운데 네 자리 국번이 해당 통신사 소유여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을 갖췄다면 에이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판매점은 신규가입자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쓰던 번호 그대로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다.
사실 에이징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간간이 행해져 왔던 에이징이 최근 당국의 단속을 피해 보조금을 싣는 루트로 변질되면서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회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 에이징도 불법의 소지가 있게 된다"며 "원래는 보조금 규모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순으로 컸는데 지금은 번호이동보다도 신규가입 보조금이 더 크다는 사례도 종종 들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신규가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건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규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건수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면 불법 보조금 살포를 바로 의심받게 된다.
하지만 신규가입건수는 당장엔 해당 업체만 알 수 있으며, 매월 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발표하는 가입자 현황이 공개돼야 수치 계산을 통해 추산이 가능하다.
관계자는 이어 "최근 번호이동시장에서 단속 강화 등으로 보조금을 풀기가 쉽지 않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도 앞두고 있어 기존에 잘 하지 않던 에이징을 적극적으로 하는 업체들이 있다"며 "에이징으로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번호이동시장에서 불법에 해당하는 70~8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이통 3사의 전체 번호이동건수는 전월 대비 20만여건이 감소했지만 가입자수로 따지면 세 업체 모두 순증을 기록해 이통사들이 번호이동보다 신규가입자 유치에 더 집중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이통사들은 기존 가입자를 다소 뺏기더라도 신규가입자 증가로 점유율을 방어했다는 명분이 생기지만 소비자에겐 무조건 손해"라며 "에이징을 할 경우 소비자는 갖고 있던 마일리지도 사라지고 장기고객 할인도 없어지게 돼 당장의 보조금 유혹만으로 선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