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현대·기아차에 제동이 걸렸다.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간 진통으로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버팀목이었던 해외시장에서도 성장세가 주춤했다. 환율 변동성에 잇단 대규모 리콜로 인한 이미지 추락에도 견고했던 수출전선이 점차 붕괴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잠정 집계한 지난달 자동차산업 실적치 및 시장별 점유율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 총 27만2774대 가운데 수출은 전년 동월(22만5082대) 대비 18.8% 줄어든 18만2795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장 생산 차질로 줄어든 생산분을 해외 공장을 통해 만회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대차(005380)는 8월 해외시장에서 국내생산 수출 6만4405대, 해외생산 판매 24만5150대 등 총 30만955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6.9%, 전월 대비 3.6% 각각 감소한 수치다.
국내생산 수출의 경우 국내 공장 휴가와 부분 파업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2%, 전월 대비 33.7% 각각 줄어들었다. 해외생산 판매는 주요 차종의 판매 호조로 전월(22만4093대)과 비교해 9.4% 증가했지만, 국내생산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요를 메우지 못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전체 판매 실적의 87.4%를 차지했던 해외 판매 비중은 올해 86.5%로 0.9%포인트 소폭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이 완만한 경기 회복을 보이며 시장 수요가 되살아난 것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로서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반면 일본 완성차 업계는 엔저를 등에 업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기아차(000270)의 8월 해외 판매 역시 국내생산 수출 7만5005대, 해외생산 판매 10만6430대 등 총 18만1435대로, 전년 동월(22만4229대)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 물량이 5.2% 늘었으나, 국내 공장 생산량 감소폭 10.7%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국내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면서 현대·기아차의 8월 미국시장 점유율은 8.1%(90만6000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87만1000여대)에 비해 0.1% 소폭 하락했다. 시장 점유율 순위 또한 닛산에 재역전을 허용하며 7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특히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1064만여대 수준에서 올해 1119만여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체는 뼈아프다.
세계 최대 단일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아직 8월 점유율 집계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서는 7월 추세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7월 9.4%에서 올 7월 9.2%로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중국 자동차 시장 957만7000여대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90만1000여대를 팔았으나, 올 7월에는 시장 수요가 1073만4000여대로 커졌음에도 현대·기아차는 98만9000대 판매에 그쳤다. 역주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수요가 커지는 만큼 판매 대수는 늘어났지만 점유율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달 여름휴가 기간으로 조업일수가 줄어들고 부분파업으로 생산에 일부 차질이 생기면서 수출 물량 확보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 이후 월별 자동차 수출추이.(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