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임영록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오는 12일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 마지막 날까지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 결정에 대한 반박과 해명을 이어가기로 했다.
임 회장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중징계안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한 이후 지난 엿새동안 기자회견을 두 번이나 가졌다. 공론화시키고 있는 해명 내용이 중징계 확정이 우세한 판세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차례 기자회견 이어 12일 금융위에 직접 소명
앞서 지난 4일 최 원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했다. 관련법상 금융지주 임원에 대한 중징계는 금융위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이에 금융위는 12일 임시 전체회의를 열고 금감원장이 건의한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임 회장은 금감원장의 중징계 조치가 부당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5일에 이어 10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결론 내린 사안을 금감원장이 중징계로 상향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제재 사유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임 회장 금감원 지적사항에 대한 의견서를 금융위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제출했으나 오는 12일 금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직접 소명한다.
지난 2개월간 제재심이 진행되던 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던 임 회장은 마지막 징계를 앞두고 거리낄 게 없는 상태. 지난 기자회견에서 그는 중징계를 받을 만한 객관적인 사유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업체가 선정됐거나 계약이 성립된 것도 아닌데다 사업이 중단된 상태로 있어서 관련 리스크는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은행 IT본부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은행과 주고받은 공문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면서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임 회장의 반발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더라도 앞으로 법정소송으로 갈 경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뒤집은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은 당국 스스로 밝혔듯이 정무적인 판단이 포함돼 있다"며 "정서법을 배제하고 법리적 해석으로만 들어가는 법원에서는 임 회장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소송으로 갈 경우 짧아야 1년 이상이 걸리는 지리한 법정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 2009년 1월 중징계결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에서 3년만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더라도 임기 동안의 여론이나 KB 노조의 반발은 부담이다.
◇중징계 공 넘겨받은 금융위, "법리적인 문제 고민"
금융위 안팎에서는 임시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장이 판단한 사안을 금융위가 뒤집을 경우 금융위-금감원간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금융위의 속내는 간단하지 않다.
금융위는 당초 KB 내분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금융위는 그동안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의결 내용을 존중한다고 밝혀왔다.
금감원 제재심의 위원들이 임 회장에 대해 경징계로 결론을 내렸던 것도 KB 사태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법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또한 애초에 은행 주전산기 교체 내분은 금융사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도쿄지점 부당대출이나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징계 사안에서 멀어져 있기도 했다.
결국 중징계를 확정해야 하는 금융위에서는 금감원에서 중징계 사유로 강조한 '범죄행위에 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법리적인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징계로 가자니 법률적인 문제가 걸리는 게 사실"이라며 "당국 내부가 아닌 외부 위원들도 포함 돼 있어서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금감원장, 기재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위원장 추천 2인,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1인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법리적인 판단을 떠나서 임 회장이 심각한 내홍을 겪은 KB 조직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다른 관계자는 "임 회장 입장에서 객관적인 증거가 아쉬운 상황에서 중징계를 맞는다는 게 억울할 수 있겠지만 KB 조직을 다시 추스리기에는 임 회장이 리더십에 상처를 많이 입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