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가이드북을 배포했다. 현행법상 성희롱은 '업무 연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고용부가 내놓은 사업주 대상 '첫' 가이드북은 의미가 깊다.
그러나 고용부가 가이드북에서 직장 내 성희롱의 가장 큰 이유로 '사업주의 인식부족'을 꼽은 것과 달리 성희롱을 당한 뒤 여전히 경찰서 등을 먼저 찾는 피해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고용부의 정책 '홍보 부족'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도 각각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여성발전기본법'에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형사처분 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성희롱에 대한 처벌은 지위나 업무 관련성이 '요건'이기때문에 성희롱 예방과 처벌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고용부라는 얘기다.
고용부가 이번에 내논 가이드북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나타난 각종 성희롱 예방 관련 규제와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취해야 할 행동강령 등이 담겼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은 사업주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방치했다면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사업주가 직접 근로자를 성희롱한 경우는 1000만원까지, 피해자에 불이익을 가했다면 최대 2000만원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이 부과될 수 있다.
이밖에도 고객의 성희롱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고용부의 직장 내 성희롱 처벌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과태료 부과 실적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내역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1월10일 고용부 감사관실이 내논 '징수 업무 처리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부는 소관 법률 30개에 과태료 부과 조항을 두고 있는데, 실제로는 고용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에 대부분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고용부가 '과태료관리시스템'을 구축한 '12년 4월 이후부터 '13년 5월말까지 부과된 과태료 건 수는 총 9만589건. 액수로는 291억300만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고용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관련이 전체의 98.2%(8만8955건)을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96.6%(281억400만원)의 비중이다.
고용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방관서를 통해 과태료가 징수되고 있으나 담당자의 전문성이 낮고, 기관차원에서도 부수적인 업무로 인식하는 등 세입징수업무가 부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성희롱 예방 관련 규제를 어긴 사업주에게는 다른 법률들에서와 달리 '즉시부과'가 가능하다. 위반행위가 발견되고 시정기회를 준 뒤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부분의 법률에서보다 징수가 더 수월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온라인 취업포털업체 사람인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311명중 27.3%가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별로는 여성(56.4%)이 남성(8.8%)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이 계속해 발생하는 이유로는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3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적극 대응하면 불이익이 생겨서'(28%), '성희롱 예방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12.4%) 등도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이들중 절반 이상(60.3% 복수응답)은 성희롱 피해 뒤 '그냥 참고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63.4%, 복수응답),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43.1%), '대처방법을 잘 몰라서'(18.5%) 등이 대표적인 이유로 드러났다. 고용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홍보가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20여년 간 성희롱 관련 연구, 강의 활동 등을 해온 전문가 로 모씨는 "성희롱이 지위를 악용해 발생하는 행위인만큼 사내 고충처리원 등을 두고 피해자 감정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고용부 등 정부기관에 요청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