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인터넷업계에서 수 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창업에 나선 A모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열풍에 힘입어 이용자간 거래(C2C) 방식의 전자상거래 모델이 뜬다고 생각해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이 대형 플랫폼을 구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익이 발생하기 전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자본잠식을 앞둔 상황. 그는 계속 밀어붙일 것인지, 방향전환을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IT벤처업계에서 ‘피봇팅(pivot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피봇팅이란 기존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전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예상했던 것만큼 시장성이 보이지 않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비상수단으로 여겨지곤 한다. 최근 여러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피봇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경우 ‘부루닷컴’과 ‘위지아’라는 소셜 기반의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이어 나온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파이브락스는 ‘포잉’이라는 음식점 자동예약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 모바일 데이터 분석솔루션으로 아이템을 바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정보사이트 ‘잡플래닛’의 브레인커머스와 월전세 소개서비스 ‘직방’의 채널브리즈도 한 번씩 피봇팅을 경험했다.
피봇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빠르게 시장 트렌드가 바뀌는 만큼 대처 또한 유연해져야 한다”며 “잘못된 선택과 집중은 새로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일정 수준 개발력만 있다면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기획, 출시할 수 있으며 외주비용 또한 기술발전으로 싸졌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피봇팅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방향에 대한 뚝심과 실행력이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경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이런저런 아이템을 건드리는 것은 금물”이라며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현 사업을 밀고 나가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2011~2012년 소셜커머스 거품론이 강하게 불었을 때 섣부른 사업 다각화 대신 배송상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 가장 미래가 촉망받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LBSNS) 씨온의 안병익 대표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는 장기간 투자와 신뢰 속에서 나온다”며 “큰 시장을 바라볼수록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 파이브락스는 피봇팅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최근 미국 모바일광고기업 '탭조이'에 인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탭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