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계속되는 개회식 논란, 예고된 인재

입력 : 2014-09-20 오후 1:3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의 외부 모습. ⓒNews1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19일 저녁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대한 논란이 하루가 지나도 끝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 개성있는 자기 색깔을 펼치는 장진 감독이 함께 참여해 수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 반대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물과 포털사이트 댓글은 악평이 줄을 잇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번 개회식은 시작 오래전부터 삐걱거렸다.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임·장 두 감독의 개회식 행사 구성에 대한 논란은 일부에 불과할 정도다. 조직위원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취재진들은 예고된 '인재(人災)'라고개회식 행사를 평했다.
 
◇'저예산=저품질?' 감동은 없고 연예스타 홍보가 메인
 
많은 사람이 비판을 퍼붓는 가장 주된 원인은 개회식이 스포츠 인사가 주가 되지 않고 연예 인사가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45개국의 이목을 집중시켜놓고는 정작 한류 스타를 홍보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홍보대사로 고생했던 그룹 JYJ가 개회식 오프닝 무대에 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인 조수미의 등장도 당연하다. 조수미는 고은 시인의 헌시로 작곡한 '아시아드의 노래', '아리랑' 등을 불렀다.
 
그렇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그룹 엑소(EXO), 배우 장동건·김수현, 양준모·옥주현·정성화·차지연을 비롯한 뮤지컬 배우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조직위가 급기야 '한류 스타가 인천AG 개회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송했을 정도다.
 
스포츠 스타들이 참가한 행사보다 한류 스타들이 행사가 월등하게 많았다. 개막식의 피날레는 싸이의 '말춤'이었다.
 
성화 점화가 되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았고, 싸이의 말춤이 시작되자 주경기장은 퇴장행렬이 잇따랐다. 현장 취재진이 민망할 정도였다.
 
인터넷 상에는 '45억 아시안의 한류 축제'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대회를 전체적으로 저예산으로 꾸미면서 개회식의 품질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피날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됐다. ⓒNews1
 
◇시작 한참 전부터 불거진 논란, 홍보대사 
 
개회식에 대한 논란은 지난 7월 열린 개폐막식 소개 기자회견 당시부터 시작된다. 대회 홍보대사로 1년이상 활동해온JYJ에 대한 예우 문제가 불거졌다.
 
JYJ는 기자회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은 물론 기자회견 행사가 진행된단 사실 자체를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경쟁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빅뱅과 싸이는 통보를 받고 회견에 참석했지만, 지난해 2월 홍보대사 위촉 이래 노개런티로 대회 CF를 촬영하고 쇼케이스도 섰던 JYJ는 정작 아시안게임 개·폐막식에는 모두 빠지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JYJ는 홍보대사 위촉 당시 개·폐막식 출연과 함께 피날레 무대를 약속받았지만 이후 아무 통보도 받지 못했다.
 
회견장에서 이에 대한 기자 질문을 조직위는 애써 차단하려 하도 했다. <뉴스토마토>도 이에 대해 추후 취재를 시도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JYJ 측은 강력히 항의했고 뒤늦게 조직위는 JYJ의 개·폐막식 참여를 결정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성화 점화자로 나선 여배우 이영애, 김영호(다이빙), 김주원(리듬체조). ⓒNews1
 
◇개막식 성화 점화자를 미리 공개한 조직위, 문제는 또 있다
 
개막식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화의 점화다. 베일에 싸인 채 깜짝 등장해 극적인 순간의 감동을 더한다. 당연히 보안의 유지가 필수다.
 
그런데 조직위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적인 실수로 성화 점화자를 미리 공개했다. 실명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파악 가능할 정도의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었다.
 
개막식 전날인 18일 오전 취재진에게 나온 자료는 성화 점화자에 대해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통해 아시아의 화합에 기여한 인물'로 소개했다. 연예 담당의 취재기자가 아닐지라도 조금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누군지 알만한 설명인 것이다. 
 
이렇게 개막식 시작 전부터 성화 점화자가 알려지니 관심은 사라졌다.
 
문제는 사전 공개 뿐만이 아니다. 탤런트 이영애가 과연 성화 최종 점화자로 적합한 인물이냐도 짚어봐야 한다.
 
백령도, 울릉도, 제주도 등지를 포함해서 전국을 돌고 온 이번 성화를 점화하는 마지막 단계 치고는 너무 쌩뚱맞은 인물 선정이다. 조직위의 설명처럼 이영애가 아시아 '한류스타'인 사실은 사실이나, 스포츠 분야와 어떤 연관성도 없다. 
 
게다가 이영애에게 성화를 가져다주는 마지막 단계에는 스포츠 스타 다섯 명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승엽(야구), 박인비(골프), 박찬숙(농구·선수 은퇴), 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은퇴), 이형택(테니스) 등이다. 결과적으로는 스포츠 스타들이 죄다 들러리 서서 이영애에게 대회 성화를 전하는 형태가 됐다.
 
◇인천시 송도동에 위치한 MPC(메인프레스센터)에는 국내외 많은 취재진이 기사를 세계로 송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 파견된 인원이 적은 외신 기자가 상당수다. 낮선 곳에서의 취재인만큼 취재진간 도는 소문의 속도도 빠르다. (사진=이준혁 기자)
 
◇미디어 정책의 실책, 해외 취재진도 분노
 
국내외 언론과의 갈등도 나왔다. 경기·행사 현장의 취재진 수를 제한하는 하이 디맨드 이벤트 티켓(HDET·High Demand Ticket) 시스템과 이후 시시각각 갑자기 변경되는 정책 때문이다.
 
조직위는 경기장 보안 유지와 과도한 취재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며 박태환·손연재 출전 경기와 야구 결승전, 그리고 개회식과 폐회식에 한해서 HDET라는 통제 제도를 뒀다. 사전에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승인을 받은 미디어 AD 카드가 있는 취재진이라도 별도로 사전 신청을 하고 심사를 받아 허가된 자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강력히 통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시 과정에서 잇단 문제점이 불거졌다. 
 
조직위는 개막식 이틀 전인 17일 저녁에 갑작스레 변동 사실을 알렸다. 이미 신청을 받은 개막식과 폐막식을 제외하곤 '신청 후 심사'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임의 심사를 거쳐 발급하겠단 것이다. 한국체육기자연맹과 인천시청 출입 기자들에게 우선 배정하고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기타 국가의 매체는 후순위로 밀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직위는 매체들이 미수령한 개회식 HDET의 추가 배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수령 HDET는 주로 외신이 받곤 했는데 이들은 꽤 혼란스러워했다.
 
HDET의 티켓을 나눠주는 미디어지원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는 취재진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배부 5분 전까지도 배부 정책은 계속 변했다. 모두 미디어지원팀장의 입을 통해 '확정돼' 나올 배부정책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메인프레스센터(MPC)는 국내외 취재진 3100여명(국내 1400여명·해외 1700여명)이 대회가 열리는 기간동안 매일매일 일어나는 소식을 세계로 전파한다. 각종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도 이뤄지며 경기장에 바로 가는 셔틀버스 또한 MPC에서 떠난다. 국제방송센터(IBC)도 MPC의 바로 옆에 있다.
 
그렇기에 외신 기자들이 많은 MPC에서 생긴 해프닝은 빠르게 번졌다. 외국 매체를 보면 부정적 평가가 없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 시작시간이 40여분 지났지만 남문 출입구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이준혁 기자)
  
◇논란있는 대회 태극기 기수·과잉 보안조치 
  
과잉 검색도 관객들의 불만을 낳았다. 생수 한 병과 에너지바를 준다고 하지만 모든 액체와 과자를 검색대에서 압수했고, 가방을 아무 사전 언급 없이 임의로 열며 가방 속의 개인 물건을 뒤지는 경우도 흔했다.
 
어느 외국인은 검색대를 아무 문제없이 통과하고선 두 손을 들면서 'I'm not terrorist'라 말하며 크게 웃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반대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VIP 안위만을 너무 생각한 조직위 개회식 준비는 급기야 통신 차단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는 오전 7시19분쯤부터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이 일제히 끊겼다. 이는 성화점화 순간까지 장시간 계속됐다.
 
주경기장 현장에 있던 수많은 관객들은 개회식 진행 순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소통하지 못했다.
  
태극기 기수도 설화로 떠올랐다. 태극기 기수단에 산악인인 엄홍길과 골퍼인 박세리, 마라토너 이봉주와 지난 1986년 치러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육상 여자부 3관왕이란 영예에 오른 임춘애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과 배우 현빈, 발레리나 강수진과 국회의원 이자스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히 이자스민 의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을 호명한 그 순간 6만2818석이 있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일순간에 조용해진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인천아시안게임 다문화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지만 이 의원의 등장에 대한 논란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회를 선언하는 박근혜 대통령. ⓒNews1
 
◇과연 폐회식은 어찌될까
 
일선에서 고생한 대다수의 실무진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 개회식은 총체적 난국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임권택 개회식 총감독은 "그동안 큰 나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개막식을 치렀다. 우리는 훨씬 저예산으로 해야 했다. 적은 예산으로 차별화 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며 "우리가 불리했던 (저예산 개막식 준비란) 점은 로프를 메는 등의 기예적인 것으로 해낼 수 있었다. 우리는 바람이 불면 완전히 망쳐지기 때문에 로프를 메고 할 수 없었다. 그런 재앙을 극복했다. 노력의 결과다"라며 저예산으로 차별화를 이룬 점에 높게 자평했다.
 
예산이 적어 정상적인 개회식 구성이 어렵다면 협의 절차를 통해 예산을 확대할 방법은 전혀 없었는지, 예산과 무관한 참가자의 인적 구성에서 드러난 모습은 대체 왜 그런 식이었는지, 국민들은 많이 궁금하다.
 
오는 10월4일 같은 장소에서 폐회식이 진행된다. 폐회식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인천아시안게임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러 사람들은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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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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