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는 왜 소속사 사장에게 칼을 겨눴나

입력 : 2014-09-22 오후 7:39:49
◇제국의 아이들의 문준영. (사진제공=스타제국)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리더 문준영이 폭탄 발언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문준영은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속사 스타제국의 신주학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올렸다. "스타제국 신주학 대표님, 떳떳하십니까", "넘지 말라고 울면서 말씀드렸었죠. 넘어야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셨고, 이젠 감당하세요. 저는 뚜껑 열렸습니다. 원형탈모부터 우울증까지 안 겪어본 것 없습니다"는 등의 수위 높은 표현들이 포함돼 있었다. 아이돌 가수가 소속사 사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문준영은 왜 소속사 사장에게 칼끝을 겨눴을까.
 
◇수익 분배율 7:3.. 각 멤버 손에 쥐는 돈 많지 않아
 
이번 사건의 핵심은 수익 분배 문제다. 문준영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스타제국과 제국의 아이들의 수익 분배율은 7:3이다. 100만원을 벌면 회사 측이 70만원을, 제국의 아이들이 30만원을 갖게 된다는 얘기. 9인조 그룹인 제국의 아이들은 이 30만원을 다시 아홉 등분을 해서 나눠갖게 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제국의 아이들이 벌어들인 돈 중 멤버 개개인이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스타제국과 문준영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같은 셈법 때문에 상당수의 아이돌들이 대중들로부터 받는 관심에 비하면 적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게다가 소속사와 가수의 수익 분배는 각종 경비를 제한 뒤 이뤄지게 되는데 일부 기획사에선 이 경비를 투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하다 보니 이 때문에 가수와 기획사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문준영은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표준계약서가 나오기 전의 전속계약서. 저희 계약은 10년에 군대 2년을 뺀 12년이었다"며 "이후 수정된 계약 기간은 7년 군대를 포함해 9년인 셈이다. 저는 스타제국 이 곳에 10대부터 20대까지 제 청춘을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동안 한 기획사에 있었던 문준영의 입장에선 자신이 소속사에 투자한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살인적 스케줄.."乙 입장에선 어쩔 수 없어"
 
문준영은 무리한 스케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컴백을 앞둔 일주일 전에 KBS '드림팀'을 내보내서 다리가 부러졌다"며 "방송국도 정치인가요? '드림팀' PD님이 나오라 해서 나가서, 다리가 부러져서 철심을 엄청나게 박고, 방송에서는 연습하다 다쳤다고 말하죠? 이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술이 끝나고 과일 바구니 하나만 들고 오는 그분들. 그래야지만 가요 프로그램을 나갈 수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방송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획사로선 을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무리한 스케줄이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속 가수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측으로부터 가요 프로그램 출연 제한을 받는 등 혹시나 모를 불이익이 있을까봐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뒤 각종 공연이나 행사를 통해 수입을 올려야 하는 가요 기획사의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실제로 손에 쥐는 수입은 없이 강도 높은 노동을 반복해야하는 아이돌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계약 문제로 반복되는 갈등..그 이유는?
 
아이돌과 소속사가 계약 문제로 인해 갈등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아이돌의 직업적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의 경우엔 회사에서 연습생 기간 동안 트레이닝을 시키고, 이후 앨범 콘셉트나 무대 연출 등 모든 것을 만들어준다. 회사 입장에선 아이돌들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인데 수억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회사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활동하는 가수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문제로 인해 반복되는 갈등에 대해 기획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계약 조건이 아이돌들에게 불리해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회사가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라고 하소연을 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일부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이돌들의 계약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말해서 회사 입장에선 수년간 연습생으로 트레이닝을 시켜놓고, 가수로 막 데뷔하려는 시점에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다른 기획사로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제도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와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기획사와 가수가 서로 이해를 해가면서 적절한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하면서 계약 조건을 갱신해나가는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문준영의 폭탄 발언 이후 신주학 대표는 문준영을 직접 만났고, 양 측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했다.
 
22일 스타제국 측은 "어제 늦은 밤 문준영과 신주학 대표가 만나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오해를 풀었다"며 "밤새 대화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눈 결과, 원만히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진작 관심을 갖고 대화를 했어야 하나 서로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다 보니 당연히 알아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이 오해를 더 키운 것 같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더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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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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