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2등, 쫓아가는 1등

정수기·밥솥 업계 라이벌, 다른 제품으로 '또' 격돌

입력 : 2014-09-24 오후 5:52:15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생활가전 업계에 '2등 바람'이 거세다. 업계 2위가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면, 1위는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관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정수기 업계에서는 만년 2위인 청호나이스가 지난 7월 초 커피정수기 '휘카페'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초 컴팩트 버전인 '휘카페 티니'를 선보이자, 시장 1위인 코웨이 역시 이에 질세라 '한뼘 바리스타'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왼쪽부터) 청호나이스의 커피정수기 '휘카페 티니', 코웨이의 커피정수기 '한뼘 바리스타' (사진=각 사)
 
청호나이스는 지난 7월 초 휘카페를 출시하며 정수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역삼투압 방식의 냉온정수기에 캡슐커피머신을 결합한 형태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에스프레스 이탈리아'와 손잡고 탑모델인 김수현을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휘카페의 카운터탑 정수기인 '휘카페 티니'를 출시하면서 커피 정수기 바람을 이어갔다.
 
상반기부터 청호나이스가 커피정수기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1위인 코웨이는 "(커피정수기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내심 무시했지만 결국 이달초 커피정수기를 내놓으며 흐름에 편승했다. 한뼘 바리스타는 청호나이스보다 캡슐 호환성이 높은 캡슐커피머신 카피탈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밥솥 업계에서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리홈쿠첸(014470)쿠쿠전자(192400) 역시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또 한 번 맞붙게 됐다. 지난해 리홈쿠첸이 IH와 하이라이트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내놓은 이후 올해 쿠쿠전자가 같은 제품을 내놓으며 격돌했다.
 
◇(왼쪽부터) 리홈쿠첸이 최근 내놓은 '스마트 레인지', 쿠쿠전자의 '하이브리드 에코 레인지'(사진=각 사)
 
쿠쿠전자는 지난달 하이라이트 방식 2구와 인덕션 1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에코레인지'를 출시했다. 이미 1구의 IH레인지를 판매하면서 품질을 인정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지만 리홈쿠첸이 개척한 전기레인지 시장이 커지자 이에 가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자 리홈쿠첸은 또 한발 앞서 나갔다. 최근 국내 최초로 3구 IH 스마트레인지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도를 자신했다. 출시간담회에서 이대희 대표가 직접 설명에 나설 정도로 전기레인지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결의가 강했다. 리홈쿠첸의 한 임원은 이 자리에서 경쟁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따라했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2위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 선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1위 업체의 시장 진출에 민감해하는 것은 1위의 브랜드력과 저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특유의 방판채널을 바탕으로 정수기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한다. 쿠쿠전자는 밥솥의 대명사다. 이들의 저력은 2위가 창출해 낸 시장을 손쉽게 앗아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인자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1위는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한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2위로서는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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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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