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뜨거웠던 몽골 농구.."반한 감정 있다"

입력 : 2014-09-24 오후 8:08:09
[화성=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한국과 몽골의 농구 경기에선 의외의 모습이 나타났다.
 
체육관 약 3분의 2를 가득 메운 몽골 관중들은 곳곳에서 몽골 국기를 흔들었다. 한국이 공을 잡으면 "우우" 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반대로 몽골이 득점이라도 하면 뜨거운 함성이 체육관을 흔들었다. 한국 선수단의 홈 이점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작전타임 등으로 경기가 끊길 때면 "대한민국"이란 함성이 나왔지만 이내 곧 "몽골"이라는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한국은 초반 부진을 딛고 90-67로 몽골을 꺾었으나 응원 열기만큼은 확실히 몽골이 앞섰다.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한국과 몽골의 경기 모습. (사진=KBL)
 
몇 년 전부터 몽골에서 불고 있는 반한 감정이 뒤섞인 결과다.
 
'한류 열풍'의 반대급부다. 아시아를 강타한 한류 열풍의 어두운 면이다. 몽골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실제 자신들의 문화를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현지 언론을 통해 이따금 보도되곤 했다.
 
여기에 지난 2008년부터 한국인들의 몽골 원정 성매매 소식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반한 감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한국에 취업을 약속하고 몽골 현지 브로커와 결탁해 돈을 받아 가로챈 한국 사기단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몽골 현지 언론들은 소리 높여 한국을 비판했다. 현지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4월4일에는 한국의 몽골 여행객들이 몽골 측에 의해 입국을 거부당하는 등 한국과 몽골의 사이가 다소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몽골의 한 관계자는 "반한 감정이 없지 않다. 원인은 몽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장님들에게 당했던 것이 많기 때문"이라며 "아시안게임 주최 측에도 없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몽골에서 농구는 인기 종목이다.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 와서 투자를 많이 했다"면서 "원래 몽골이 추워서 실내스포츠가 발달해 있다. 학교에 전부 체육관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농구를 접한다"고 덧붙였다.
 
몽골의 국민 스포츠는 부흐(몽골 레슬링)지만 현재 몽골에서 농구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스포츠다. 이 관계자는 "부흐와 비교해 결코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몽골 관중들. (사진=KBL)
 
이날 체육관을 찾은 몽골 응원단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다. 반한 감정과 농구를 좋아하는 두 가지 마음이 섞여 관전했다. 약 4만 명 정도의 몽골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몽골에서는 운동선수의 처우가 좋지 않다. 농구도 인기가 많이 올라왔지만 마찬가지다. 몇몇은 생업이 따로 있고 학생들도 섞여 있다. 몽골에서 운동선수는 부유한 계층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실제 농구로 '코리안 드림'을 꿈꾼 청년이 있다.
 
밧투브신 빌궁(25)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 이름 '이용'을 갖고 한국 농구계 문을 두드렸던 선수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대진고를 다니며 한국 프로농구 데뷔를 꿈꿨다. 201cm의 신장과 높은 탄력을 갖춘 그는 '빅맨'으로서 농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밧투브신은 2010년 2010년 동국대 입학을 앞두고 귀화 절차까지 받았음에도 분위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한국을 떠났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10학번인 그가 대학을 마치고 김종규(LG), 김민구(KCC)와 함께 프로농구를 누볐을지도 모른다.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몽골 관중들. (사진=임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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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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