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나의 사랑 나의 신부’, 현실적인 결혼 보고서

입력 : 2014-09-25 오후 3:02:00
◇영화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의 주연을 맡은 배우 신민아(왼쪽)와 조정석.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1990년 개봉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청춘 스타였던 박중훈과 故최진실이 주연을 맡았다. 평범한 커플의 신혼 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던 이 영화가 24년만에 재탄생했다. 까마득한 후배 배우인 조정석과 신민아가 주연을 맡았고,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에피소드와 설정이 추가됐다. 남자주인공 영민(조정석)은 SNS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전편에서 전업주부로 그려졌던 여주인공은 미술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맞벌이를 한다.
 
시대 배경은 바뀌었지만, 이야기의 현실성은 그대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결혼 생활을 그려낸다. 대신 영민이 미영(신민아)의 얼굴을 자장면 그릇에 박아 넣어버리는 장면과 간 큰 남편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들이를 한다며 집에 들이닥치는 장면 등에선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결혼 후, 영민이 처음보는 낯선 여자에게 끊임없이 눈을 돌리는 모습은 남성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늘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무심함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미영의 모습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잔소리를 하는 아내와 컴퓨터 앞에 앉아 아내의 말을 건성건성 받아넘기는 남편.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장면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결혼 생활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겐 특별한 느낌을 준다.
 
영민과 미영은 모두의 결혼 생활이 그렇 듯,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또 싸우는 삶을 반복한다.  영민과 미영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사랑 싸움을 하며 살아가는 보통 커플들의 대사 그대로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거나 이제 막 결혼을 한 커플, 오래 전에 신혼 생활을 경험했던 커플들 모두 "바로 내 이야기"라고 느낄 만한 영화가 바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다.
 
연출을 맡은 임찬상 감독은 시나리오 속 이야기를 흥미로운 방식을 통해 스크린으로 옮겼다. 표현 방식이 재밌다. 특히 눈만 맞았다 하면 사랑을 나누는 신혼 커플의 모습을 그려낸 장면이 인상적이다. 요리를 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눈이 맞으면 영민은 일단 바지부터 내리고 본다. 본능에 충실한 영민의 모습을 상징적인 행동 하나로 재치있게 표현해냈다.
 
조정석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양념처럼 더한다. 하지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에서 조정석이 보여주는 코믹 연기가 <건축학개론> 에서 보여줬던 납득이의 모습을 연상시키진 않는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진지한 연기를 하던 배우가 코믹한 연기에 도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코믹 연기 안에서 미묘한 차이를 두는 것은 더 어려운 일. 조정석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부녀 캐릭터를 맡게 된 미녀 배우 신민아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부녀 신민아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그려졌다는 것. 대중들이 흔히 떠올리곤 하는 유부녀의 억척스러운 면을 억지로 강조하기 보다는 신민아가 갖고 있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유부녀라는 것은 상황 설정일 뿐, 신민아는 유부녀처럼 말하고, 유부녀처럼 행동하려 억지 연기를 하지 않는다. 여주인공의 매력을 그대로 살려 여배우에 대한 남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깨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는 평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무기. 하지만 평범하고 뻔한 스토리는 영화를 자칫 지루하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는 두 가지 장치를 통해 이 지루함을 덜었다. 하나는 집들이, 잔소리, 음란마귀, 첫사랑 등의 소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집중도를 높였다는 것. 또 하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이 영화에 '코미디'를 더해주는 조연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인집 아줌마 역할을 맡은 라미란의 활약이 돋보인다.
 
라미란은 이야기가 늘어질 기미를 보일 때 쯤 영화에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청초한 미인의 대명사인 신민아를 향해 "기미가 끼었다"며 자신의 미모를 과시하는 장면이나 영민의 늦은 귀가를 능청스럽게 미영에게 일러바치는 장면, 신혼 부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참견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는 가을 극장가의 복병이 될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갖춘 영화다. 신혼부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윤정희의 캐릭터와 연기가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어색하다는 점은 옥에 티. 10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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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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