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천연가스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 선봉장 돼야"

"미국·러시아 활용한 공급선 다변화 추진해야"

입력 : 2014-09-25 오후 7:17:06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중·일 에너지협력 국제컨퍼런스'가 개최됐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중·일이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를 위한 선봉장이 돼야 한다."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을 지렛대 삼아 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의 75%를 차지하는 절대적 수요처지만, 그간 가격 결정권은 공급자에 한정돼 있었다. 카타르 등 중동지역으로 공급선이 제한된 탓에 유럽, 미국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이 부담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셰일가스 양산이 본격화 되면서 수급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지위를 넘볼 태세다. 이 같은 공급선의 구조적 변화를 적극 활용해 아시아 프리미엄을 해소하자는 주장이다.
 
김기중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에너지협력 국제컨퍼런스'에서 "미국이 LNG 수출국 대열에 합류한 만큼 한·중·일 3국은 공급처를 다변화할 것"을 조언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중국 에너지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몰고 온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가 계약 방식의 변화다. 기존 LNG 시장은 장기계약 중심이었던데 반해 최근 4 미만의 단기계약이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LNG 거래의 3분의 1이 단기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변화는 공급처의 다변화다. 기존에는 카타르가 아시아 지역의 공급권을 틀어쥐고 있었지만,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에 따라 수출국에 합류하면서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동과 달리 목적지 제한을 두지 않은 데다, 현지 에너지 사정에 따라 가격도 유동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LNG 업체들은 수입 물량을 자체 소화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 지역의 가격차이를 활용한 트레이딩도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 것. 중동과의 장기계약에 묶여 공급자에게 끌려다녀야 했던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켄 고야마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시 미국 셰일가스가 아시아지역의 LNG 수급을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오는 2020년일 것으로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가 등장했던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규모 LNG 수입을 계획하고, 비축 기지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앞서 구축한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LNG를 대량 수출하는 길이 열리면서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는 현재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셰일가스 프로젝트의 규모가 8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카타르의 수출 물량에 버금가는 양으로, 미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LNG 수출국으로 변모할 경우 아시아 지역은 수급 환경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셰일가스 혁명이 촉발한 시장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국가와 산업계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히 해결한 현안으로 LNG 가격이 수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켄 수석연구원은 "석유처럼 아시아에 허브를 만들어서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LNG 수요가 집중된 한·중·일은 아시아가 시장경쟁으로 형성된 가격으로 조달을 원한다는 신호를 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장경쟁을 통해 LNG가 도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산업계는 도입 계약 체결 시 유연한 조건을 요구할 것을 조언했다.
 
김 선임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는 시장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산업계가 협력하고, 장기적으로는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한편 국가들끼리 교역조건이 좋은 물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이 천연가스 의존도를 축소하고 석탄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함에 따라 러시아는 새 공급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을 오는 2018년 이후부터는 러시아가 미국과 본격적인 LNG 수출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지렛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켄 수석연구원은 "향후에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 관계가 형성되면 가스소비국 입장에서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한·중·일 지역은 천연가스 이외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수입처 다각화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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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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