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최근 여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의 '기습 출두'가 이어지고 있다.
자진출두 형식을 빌었지만 취재진 등 사회적 이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방비 상태에서 퇴근길을 나섰던 수사당국 직원들은 야간근무 또는 밤샘 조사라는 뜬금없는 골탕을 먹기도 한다.
출두시간을 정해놓고 오라는데 굳이 전날 새벽에 조사관들을 붙들어 매고 '나좀 조사해 달라'는 정치인들의 심리는 뭘까.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골프장 캐디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27일 새벽 경찰서에 기습적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경찰서는 "박 전 의장이 새벽에 갑자기 전화로 조사받겠다고 한 뒤 사무실에 찾아와 차마 돌려보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뒷문으로 들어온 박 전의장은 취재진의 눈을 피해 나갈때에는 경찰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빠져나가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나이가 많은 박 전 의장이 조사중에도 지병 등을 이유로 계속 힘들어해 귀가차량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시간에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데도 굳이 새벽에 자진출두해 경찰차까지 얻어타고 돌아간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을 포함한 수사당국으로부터 출두명령을 받을 경우 해당 시간에 출두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사전 통보를 통해 해당 수사당국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피의자가 출석 시간을 정해 아무때나 출석한다는 것은 서민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전 국회의장직을 수행했던 사람이 새벽 자진출두를 해 석연치 않게 경찰서를 빠져나간 점은 성추행 의혹을 스스로 입증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내내 혐의를 부인하던 박 전 의장은 경찰조사에서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여성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도 예정된 시간보다 하루 앞서 기습적으로 자진출두했다.
김 의원은 24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경찰의 통보를 받았지만 전날 오후 5시15분쯤 경찰서로 기습 출석해 8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