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을 앞두고 있는 가수 서태지.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서태지의 컴백 일정이 구체화됐다. 서태지는 다음달 20일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를 발매하며, 이에 앞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개최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음반 발매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선공개곡을 발표한다는 점. 특히 이 곡을 통해 후배 가수인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콜라보레이션의 방식도 새롭다. 서태지는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테마로 ‘소격동’이란 선공개곡을 만들어냈다. 이 곡은 두 개의 노래와 두 개의 뮤직비디오로 제작될 예정.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과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따로 공개된다. 서태지가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맡은 곡을 다른 가수가 가창한 것은 데뷔 22년 만에 처음이다.
오랜만의 컴백을 앞두고 있는 서태지가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얻게 될 효과에 대해 짚어봤다.
◇'국민 여동생'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
서태지는 올해로 데뷔 23년차를 맞은 베테랑 가수. 1990년대에 ‘난 알아요’, ‘컴백홈’, ‘교실 이데아’ 등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문화 대통령’으로 이름을 날렸다. 갱스터랩, 하드코어록, 얼터너티브록, 메탈 등 국내에선 마이너 장르로 여겨지던 음악들을 통해 가요계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고, '시대의 선구자'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서태지란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공백기가 워낙 길었고, 공백기 동안 TV를 통해 얼굴을 비추는 일도 일절 없었다. 그 사이 언론에 서태지의 이름이 오르내렸던 것은 배우 이지아와의 결혼과 이혼 등 사생활과 관련된 달갑지 않은 사건을 통해서였다. 냉정히 말해 젊은 세대들 중 서태지를 ‘문화 대통령’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서태지의 새 앨범이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졌던 것.
그런 가운데 서태지는 '국민 여동생'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가요계에 컴백하는 서태지가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인 아이유와 손을 잡음으로써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가수 아이유가 서태지의 9집 앨범에 수록될 선공개곡 '소격동'을 부른다. (사진제공=로엔트리)
◇소문난 '음원 강자' 아이유.."대중성 잡는다"
서태지 측은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그 동안 늘 시도해 온 ‘혁신’이라는 코드는 유지하되, 감성이 더해진 대중친화적인 곡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태지가 새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지난 2009년 발표한 8집 앨범 이후 약 5년 만이다. 서태지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대중들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왕년의 스타’인 서태지로선 이번 앨범을 통해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서태지가 대중성 측면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들어 음원 차트에선 듣기 편한 느낌의 감성적인 노래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태지와 호흡을 맞추게 된 아이유는 바로 그런 스타일의 노래들을 통해 수차례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음원 강자’다. 특히 남성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뛰어난 성적을 내곤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이유는 지난 4월 신인 그룹 하이포와 함께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를 통해 차트 정상에 올라섰고, 지난 6월엔 울랄라세션과 함께 부른 ‘애타는 마음’을 발표해 인기몰이를 했다. "대중친화적인 곡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서태지에게 '음원 강자' 아이유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것으로 보인다.
◇'소격동'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아역 배우 김현수.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인터넷 '떠들썩'..앨범 홍보 효과 톡톡히 누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태지 측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방송, 온라인, 오프라인 등 모든 채널을 통해 전방위적인 홍보를 펼칠 예정”이라는 것이 서태지 측의 설명.
선공개곡을 발표한 뒤 앨범을 정식 발매하는 것은 앨범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홍보 방식 중 하나. 특히 아이유와 같은 인기 스타가 선공개곡에 참여를 한다면 홍보 효과는 더 커진다. 서태지와 아이유의 콜라보레이션 사실이 전해진 뒤 두 사람의 이름이 각종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서태지는 앨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두 사람이 부른 서로 다른 버전의 '소격동'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점 역시 "서태지다운 영리한 홍보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달 2일엔 아이유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되며, 10일에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될 예정. 약 1주일의 차이를 두고 두 노래를 공개함으로써 대중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2주에 걸쳐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태지 측은 30일엔 '소격동'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아역 배우들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소격동'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소격동'의 뮤직비디오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배우 전지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해 주목을 받았던 김현수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했던 성유빈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