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 2~4세 상속자 72명의 주식자산 평가액이 1년 새 4조원, 1인당 54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로부터의 자산 승계율도 36%로, 1년 전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가치가 2조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주식자산도 9000억원 가량 불어나는 등 재계를 이끄는 그룹 후계자들의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승계에 가속도를 붙였다.
30대 그룹 중 자산 승계가 완성됐거나 마무리 단계인 곳은 롯데와 효성, 동부 등이었다.
반면 OCI, 영풍 등 9개 그룹은 총수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치가 자녀보다 많이 늘어 승계율이 되레 낮아졌다.
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 총수의 직계 자녀에 대한 주식자산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 36.3%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수와 직계 자녀들의 주식자산 합계는 6일 종가 기준 65조5000억원이었고, 이중 상속인 자산 가치는 23조7900억원이었다.
지난해 10월 기준 30대 그룹 총수와 자녀의 주식자산 합계는 62조6000억원이었으며 이중 상속인 주식 가치는 19조8000억원으로 승계율이 31.6%였다.
자산승계율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대비 자녀들의 소유 자산 비율이다.
30대 그룹 중 2세 주식가치가 가장 많이 불어난 곳은 삼성그룹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남매의 자산 가치가 7조4600억원으로 1년 전 3조7700억원보다 무려 3조6800억원 증가했다. 거의 2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자산승계율도 22.1%에서 38.7%로 16.5%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3남매 중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4조69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400억원 늘어나 자산은 물론 경영권 승계의 탄력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삼성가 자녀들의 주식자산이 급증한 것은 삼성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따라 상장이 결정된 삼성SDS의 주식자산 평가방법이 순자산에서 장외거래 시가로 바뀌며 주식평가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는 삼성SDS의 지분 19%를 보유했다. 1년 전 이들의 삼성SDS 주식가치는 약 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상장 결정 이후 장외 거래가가 31만원으로 치솟았고, 자산평가액은 4조5700억원으로 7배 이상 높아졌다.
이어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정윤이 해비치호텔 전무와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등 현대차가 2세들의 주식자산 평가액이 3조72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9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자산승계율은 34.6%에서 42.5%로 7.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3조3700억원에서 4조2300억원으로 8600억원 증가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정 부회장이 31.9%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21만원에서 30만7000원으로 크게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롯데와 효성, 동부그룹은 승계가 완성됐거나 세대교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총수 직계 일가 지분 가치 4조3700억원 중 현재 실질적으로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4조200억원으로 92%를 차지했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 부부가 3200억원의 주식을 보유했고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씨,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 2세 주식 가치가 9300억원으로 승계율이 74.4%였다.
동부도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둥부팜한농 부장과 장녀 김주원 씨의 주식 가치가 1조900억원으로 70.5% 승계율을 기록했다.
영풍과 한국타이어는 장형진, 조양래 회장에서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등 2세로의 자산 이전이 62.3%와 56.4%로 절반 이상 이뤄졌다.
이어 금호아시아나(49.2%), 두산(48.3%), 현대차(42.5%), 한화(42.3%), 대림(41.3%), 신세계(39.7%) 등의 순이었다.
반면 SK,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코오롱은 자산승계가 ‘0%’이었고 한라(0.7%), CJ(2.1%), 부영(2.6%), KCC(3%), 한진중공업(4.4%), 동국제강(8.4%), 현대·태광(각 9.1%) 등도 10% 미만으로 승계율이 미미했다.
1년 전에 비해 승계율이 가장 높아진 곳은 삼성으로 16.5%포인트 상승했고, LS(10.9%포인트), 동부(8.3%포인트), 현대차(7.9%포인트), 미래에셋(4.2%포인트), 동국제강(2.2%포인트) 순이었다.
전년 대비 자산승계율이 낮아진 곳도 있었다. COI그룹은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COI와 넥솔론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자녀들의 주식가치가 11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감소했고, 승계율도 18.4%에서 11.5%로 6.9%포인트 낮아졌다.
이외 영풍(-4.4%포인트), 한진(-2.6%포인트), 한화(-2.4%포인트), 롯데(-1.8%포인트), 두산(-1.3%포인트), CJ(-0.8%포인트), 부영(-0.7%포인트), LG(-0.2%포인트) 등도 2~4세 승계율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