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대우건설(047040)이 청와대 비서관 사칭 취업사기부터 터널 안전자재 부실시공까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고속국도 터널공사의 '락볼트' 시공과 관련, 공사비를 과다 청구해 총 187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선산토건 현장소장 이모(56)씨 등 9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구산토건, 동부건설, 성보씨엔이, 도양기업, 한양, 대홍에이스건업의 현장소장 등이 사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에 대비해 락볼트 시공 관련 세금계산서 등 서류를 위·변조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삼환기업 공무팀장 송모(50)씨 등 7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대우건설과 한양 현장소장,
삼성물산(000830)의 품질관리팀 대리, 동부건설의 현장소장과 공무과장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으로 연루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현장 적자로 인해 현장소장이 받는 인사상 문책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락볼트는 터널 굴착과정에서 암반에 삽입해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두께 2~3cm, 길이 3~5m의 긴 철근으로 터널 굴진시에 다른 자재와 맞물리며 터널을 안전하게 해주는 중요한 자재다.
하지만 락볼트는 시공 과정의 특성 때문에 현장 감독이 어려워 터널공사 업계가 관행으로 공사비를 빼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도로공사가 발주한 지난 2010년 이후 착공된 76개 공구의 121개 터널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무려 38개 공구의 78개 터널에서 락볼트 공사비가 과다 청구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대우건설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사칭한 취업사기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단순히 취업사기 해프닝이라기 보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낙하산 인사'의 전형적인 폐해와 이 같은 압력에 민간 기업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대우건설에 취업한 조모 씨는 지난해 7월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칭해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에게 전화한 뒤 다음 날 찾아가 거짓 이력서를 제출하고 부장으로 1년간 근무했다. 청와대 비서관 사칭 전화 한 통의 위력이었다.
급기야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만성적인 인사청탁과 낙하산 인사가 이번 취업사기의 본질"이라며 "사측은 임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 시 모집 정원이 80여명인데, 심지어 이보다 많은 취업 청탁이 쏟아져 들어오는 지경"이라며 "당장 낙하산 채용을 즉각 중단하고, 이미 채용된 인사들에 대해선 당장 퇴직 조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지난 2일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47명 가운데 31명(66%)이 주거래 기업의 주요 간부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산업은행에서 본부장·부장·팀장급에서 퇴직했지만, 재취업한 주거래 기업에선 대표이사 등 고위 경영자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이사 4명, 감사 13명, 부사장 3명, 재무담당 이사 5명 등이며, 고문·이사·상무 등으로 취업한 사람도 6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