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리커창 중국 총리의 유럽 방문을 계기로 독일이 직면한 경제문제와 지정학적 위기감이 해소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10일에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양국 간의 무역과 투자를 늘리고 기업의 첨단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경제 사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커창의 방문을 부진한 경제를 끌어올릴 기회로 삼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시되는 중국 인권 문제는 공식 만남에선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괜히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봤자 경제 공조에 방해만 될 뿐 좋을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지난 2007년 메르켈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독일과 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고, 멀어진 관계가 회복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양국 관계는 차차 회복하기 시작했고 최근 6개월간 3차례나 만나며 서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지난 3월에는 메르켈 총리가 독일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오는 2015년을 '혁신 협력의 해'로 만들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이 최근 들어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더 공을 들이는 이유는 대중국 수출이 줄면서 수출 규모가 많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난 8월 수출은 전월대비 5.8%나 감소해 지난 2009년 1월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스 쿤드나니 유럽 이사회 해외 관계 전문가는 "독일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이라 메르켈은 그 어느 때 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직접 투자된 독일 자금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448억유로에 육박할 정도로 독일은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이 독일에 투자한 금액은 그보다 적은 13억유로다.
아울러 경제 공조 방안이 일단락되면 우크라이나 문제 또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바스찬 하일먼 메르카토르 중국전문 연구원 대표는 "메르켈은 리커창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중재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독일 일정을 마치고 12~14일 동안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이탈리아와 로마를 방문한 리커창은 제10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번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