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서는 '톱브랜드' 국내서는 '반감'

입력 : 2014-10-10 오후 4:50:13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가 지난 9일 미국의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올해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40위(자동차 7위·104억달러)권에 첫 진입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이 한층 제고됐다.
 
자동차 브랜드로서는 이미 톱 브랜드다. 글로벌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5위·137억달러)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드(6위·105억달러)와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고, 아우디(8위·98억달러), 닛산(9위·76억달러), 포르쉐(10위·72억달러) 등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은 이미 순위표에서 현대차 뒤로 물러났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올 초 국제 회계컨설팅사인 KPMG인터내셔널이 전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오는 2019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승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 1위로 선정되는 등 성장 잠재력도 확인됐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총 70%의 응답률로 폭스바겐(67%), BMW(63%) 등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 업체들은 물론 아브토바즈(66%), 상하이자동차(66%) 등 신진주자들도 쉽게 따돌렸다.
 
이처럼 해외에서의 현대차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2000년대 들어선 후 기아차와의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되면서 양사의 눈부신 성장이 지속됐던 까닭이다. 과거 값싼 중저가의 이미지도 프리미엄 차량 출시 지속과 제값받기 정책으로 탈피에 성공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은 약 750만대로, 약 820만대를 판매한 르노·닛산에 이어 글로벌 5위에 올랐다. 눈부신 성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는 판매량과 브랜드가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판매량과 기업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승용차는 총 47만9433대로 지난 2005년 판매량 40만대를 넘긴 뒤 10년 가까이 성장이 멈춰 있다. 기아차도 지난 2010년 판매량 43만4881대를 기록한 이후 수년째 40만대 선에서 제자리 걸음 중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40만3219대였다.
 
양사가 주춤하는 사이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5년 등록된 수입차는 3만901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등록된 수입차는 15만6497대에 달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이 수입차 업계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폭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성장 정체의 이유로 국민적 반감을 들고 있다. 현대차는 수출시장을 다지던 2000년대 초반 북미 등에서 차값을 낮추거나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진입장벽을 허무는 전략을 택하면서 국내와의 역차별 논란에 시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똑같이 판매되던 차량의 가격과 애프터서비스 정책에서 차이가 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이 10년 이상 축적돼 현재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차량의 누수 문제, 과장연비 사건 등도 역차별 논란을 키워주기에 충분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한 포털사이트의 현대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국내 소비자 차별하는 현대차는 더 이상 사선 안 된다", "뻥연비에 물새고 에어백 안 터져도 현대차 사는 사람들 이해가 안 간다" 등 현대차를 향한 거칠고 노골적인 표현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1등에 대한 시샘도 한몫 더해졌다.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해외시장으로부터 호평을 이끄는 만큼 국내에서도 다시 '국민기업'으로 재평가 받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는 반(反) 현대차 여론에 대한 불식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조언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더 이상 기존의 안일한 인식으로는 밀려드는 수입차에 안방을 내주고 결국 과점체제마저 허물어 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당장의 수익성 개선 모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의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한 경영전략은 그룹 오너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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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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