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세계의 눈과 귀가 모였던 영국 런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위기 탈출을 위한 '역사적인 합의'를 만들어 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G20 정상들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을 통한 1조1000억달러 투입 등을 골자로 6개항에 합의하고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모두 5조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세계질서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국제협력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폐막 공동성명에 따르면 정상들은 IMF의 재원을 2500억달러에서 7500억달러로 3배 가량 확충하고 IMF 특별인출권(SDR)을 2500억달러 증액하는로 했다.
또 250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참가국들이 총 1조달러를 출연하기로 했다.
이밖에 최빈국 지원을 위한 다자개발은행의 대출규모를 1000억달러 확대하고 정책공조 등을 통해 올해 1900만개 일자리를 창출과 녹색경제로의 이전을 가속화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미국이 강력히 촉구했던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발표되지 않은채 브라운 총리는 다만 "현재 주요 국가들이 전례없는 부양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보호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배격을 결의했다.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무역과 투자 촉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휩쓴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 조치도 성과를 거뒀다.
"금융 규제.감독의 실패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 정상들은 기존의 금융안정화포럼(FSF)을 확대ㆍ강화한 '금융안정화이사회'(FSB)를 창설하는데 합의했다.
헤지펀드 규제와 은행비밀주의의 철폐,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 IMF와 세계은행 개혁,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수와 보너스에 대한 규정 강화,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시스템의 신뢰 회복 등 금융시장 규제 강화 조치도 결정됐다.
이에 대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의 블랙리스트를 공표할 것"이라며 "은행비밀주의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리스트가 곧 확보될 것이지만 일부 국가들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즉각 공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이 도출한 결론에 대해 각국 정상들은 매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회담이 실질적인 결론을 내놓지 못한다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대보다 많은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아주, 아주 좋은, 거의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G20 정상들은 오는 9~10월 중 미국 뉴욕에서 차기 정상회담를 열어 이번에 합의된 내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