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옥중저서, 사회적 기업에 헌신하겠다는 출사표"

"고생담도 성공담도 없다..고민의 결과물일 뿐"

입력 : 2014-10-14 오후 1:14:32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 책은 앞으로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와 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14일 옥중에서 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과 함께 활성화에 대한  뜻을 확고히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발간된 책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 기업 활동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과 고민, 또 이를 통해 발견한 희망과 아이디어를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향후에도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통해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이 선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한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먼저 사업을 안정시키고 또 성장시키는 일에 주력하는 한편 선친이 시작하신 사회공헌 활동에도 눈길을 돌리면서 기업의 존재 의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면서 사회적 기업 지원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간 사회공헌을 진행하며 느낀 갈증 역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고 털어놨다. SK그룹이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고, 직원 대부분이 자원봉사와 프로보노(재능기부자) 활동에 참여하는 등 많은 비용과 노력을 늘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사회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하는지, 아니면 해결하는 척만 하는지, 더 좋은 곳에 자원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인지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면서 "비즈니스에 투자할 경우 더 유리한 대상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뿐 아니라 성과를 측정하고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감사까지 실시하며 추진하는 상황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렇다보니 CSR 관련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적게 하고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가 하면, 때로는 실질적 성과보다 홍보부서가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는 당혹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건 2009년 한 대학교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 포럼'이다. 이전에는 사회적 기업 하면 피상적으로 비영리 재단과 비슷하거나 협동조합 같은 것이라고만 여기다가 포럼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 CSR 활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 5년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데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부족해서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스스로 알아나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결코 체계적이라 할 수 없었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CSR 활동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은 물론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험 축적을 토대로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다보스 포럼의 '사회적 영향 투자' 세션에 패널리스트로 참가해 처음으로 SPC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성과를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저서 집필에 마음을 굳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당시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기업이 성장·발전하는 임계점을 마련할 방안으로 이를 제안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부족하지만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한다면 뒤이어 이 분야를 시작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고, 논의 자체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책의 출판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고백하며, 그 한계도 인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줄 수 있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옥중 저서가 그간의 고민에 대한 결과물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흔히 기업인이 쓰는 책에는 창업 당시의 고생담과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성공담이 담기지만 나는 고생담도 성공 스토리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면서 "단지 기업경영의 가치에 대한 고심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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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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