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업황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 등 이른바 굴뚝산업계에 인수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도 늘은 데다, 이참에 낮은 가격에 몸집을 불리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생존전략이다.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비용절감, 시너지 효과 극대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수합병까지 더해지면서 M&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시장 구도의 변화로 이어졌다.
◇해운업, 유동성 확보 등 생존 위한 M&A
침체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해운업계는 업계 전반에 걸쳐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선박 공급 과잉 등으로 불황이 깊어지면서 사업부 매각은 물론 법정관리를 통해 매물로 나온 경우도 많다.
3위인
팬오션(028670)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모그룹인 STX그룹으로부터 분리돼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인수 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고 있으며, 예비실사를 거쳐 12월 본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4위
대한해운(005880)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가 지난해 9월 SM그룹 티케이케미칼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조선업,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경쟁력 강화
해운업 침체로 전방산업인 조선업도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컨테이너 물동량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 원칙 아래 중국 조선소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신규 수주가 감소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해양플랜트도 셰일가스 붐으로 발주가 지연되면서 국내 조선 3사의 경우 올해 수주 목표치의 절반 정도만 충족한 상태다.
당장 유동성 확보가 급한 해운업과 달리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구매 분야에서만 연간 10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단순히 경제 효과만 고려한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이후 7차례 진행된 경영승계 목적의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 빅3 중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은 내년 중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인 산업은행(31.5%)이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작업을 앞두고 보유하고 있는 기업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월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지분 106만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외에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PP조선,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대다수의 중견 조선소들은 채권단과 자율협약 또는 법정관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이들 중견 조선소들도 인수합병 시장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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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 인수합병으로 시장 재편 가속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 3고로 체제 완성에 이어 12월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010520)의 냉연사업 부문을 흡수 합병하면서 생산규모는 물론 냉연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현대제철이 자동차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특수강 시장에 진출하면서 특수강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부특수강을 놓고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인수전에서 맞붙었으며, 지난 8월에는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로 포스코와 MOU를 체결했다.
지난 13일에는 동국제강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003640)과 합병을 발표했다. 동국제강에 비해 실적이 좋은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후판, 철근, 형강 등 열연 사업부문 비중이 높은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냉연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사업을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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