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국감)감사원, 기록관 직원 한마디에 대통령 보고 문서 포기

황찬현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대통령 기록물 될 수 있다고 해 수긍"
야당 "대통령기록물은 일반 공공기록물..지정기록물과 달라" 반박

입력 : 2014-10-15 오후 6:42:3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15일 진행된 감사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에 대한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 논란이 부각됐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을 관련 자료들을 근거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아울러 감사원의 부실한 자료 제출에 대해서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우선 청와대 비서실이 참사 당일인 지난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14차례 내부 보고한 문서를 청와대에 제출 받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청와대 봐주기"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황찬현 감사원장은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청와대가 제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기록관의 담당자도 대통령 기록물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얘기해 감사원도 이를 수긍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대통령 기록물은 사초"라고 감사원을 거들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들은 "해당 문건이 확인해야만 대통령이 당일 상황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해도 지정 기록물로 지정되기 전에는 공공기록물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 등의 유권해석을 통해서 정확히 해야지, 대통령기록관 직원 한 마디를 갖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니까 청와대를 의식했다고 밖에 생각 안 되는 것"이라고 황 원장을 몰아붙였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News1
 
감사원이 청와대를 조사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감사원은 청와대 조사 문건 공개를 거부하다, 이날 열람만 허용했다. 결국 의원들의 보좌진들이 이를 직접 손으로 기록해 문건이 공개됐다.
 
공개된 문건을 보면 감사원은 비서실에는 질문 2개, 국가안보실에는 질문 3개만을 했다. 답변 내용마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 의원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황 원장에게 "감사원이 감사를 하면 반드시 기관장을 감사관이 면담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면담했나"고 물었다. 이에 황 장관이 "행정관 2명에 대해서 감사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그러니까) 감사원 감사가 청와대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감사원이 김 실장도 만나지 않고 행정관 몇 명만 만났고, 비서실의 보고 내용도 확인하지 못해서 (박 대통령에 대한) 7시간의 의혹이 증폭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감사원이 그래서 청와대의 시녀다. 감사를 엉터리로 해서 엄청난 의혹과 함께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황찬현 감사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News1
 
감사원이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감사 시 청와대의 답변 내용을 임의로 청와대에 유리하게 수정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이날 공개된 청와대 답변서와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을 공개하며 두 문서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는 "안보실은 10:52분경 해경(핫라인)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을 토대로 10:52부터 11:30 사이에..."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감사원에 제출한 문건에는 해당 부분에서 시간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이 의원은 "아마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문서에 허위로 시간을 적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러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국회 제출 문건에 적시한 시간의 출처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청와대의 답변서를 친절하게 꾸민 것"이라며 감사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또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에 승객이 잔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근거로 든 발언 역시 임의로 변경돼 있었다. 감사원은 국회 제출 문건에서 "아직도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승객이나 학생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구명조끼 입은 학생을 발견하기 힘드냐"고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시 말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동영상 속 실제 발언을 녹취한 결과는 "아직도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런 승객이나 학생들을 구조하는데 단 한명이라도 뭔가 어디 생존자가 있을 것 같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였다. 발언의 뉘앙스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 의원은 "(실제 박 대통령이 발언) 이것이 300명 넘게 배 안에 있는 것을 아는 대통령이 말할 수 있는 내용이냐"며 "이 내용을 보면 정말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와 정상 보고가 됐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사실에 비추어 봐도 감사원이 청와대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감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재감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이를 일축했다.
 
한편, 이날 감사원의 부실한 자료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실제 의원들이 10~20일 전에 요구한 자료 중 상당수가 제출되지 않거나 이날 뒤늦게 제출됐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원내대표)은 "한두 시간이면 마련할 자료를 여태까지 열흘 넘게 안 준 책임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황 원장을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종합 국감 때까지 경위서와 담당자 문책 결과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감사원의 불성실함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급기야 차분히 회의를 진행하던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도 "아무리 편을 들어주려고 해도 오늘 너무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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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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