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장 경쟁원리가 아닌 '명분'에 포획되면서 예측 가능했던 파행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조금 경쟁은 과점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로, 이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요금경쟁으로 촉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오전 컨슈머워치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은 명분에 포획된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이 초래한 소비자 후생손실"이라며 "예측 가능한 포인트를 놓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은 손정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주제발표는 조동근 교수가 맡았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김미연 기자)
◇단통법, 시장원리 어긋나..보조금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
조 교수를 비롯한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항은 정부가 이통시장의 과점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단통법에서 정한 통신사들의 보조금 공시는 일종의 '각본'을 갖고 서로 싸우는 '시늉'만 하게 했다"며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책당국이 되레 경쟁을 억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성장이 정체된 이통시장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단통법 시행을 기점으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이통사들의 선언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조 교수는 "보조금 차별지급이 금지되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사업자간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점유율이 고착화되고, 서비스 질도 제고될 수 없다"며 "제조사의 차별적 장려금 역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를 불러모아 상품을 확산시키고, 신상품처럼 수요가 불확실한 경우 통신업자의 위험을 분담해주는 영업 전략으로서 규제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정석 교수도 "정부의 보조금 규제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단말기 구입률을 떨어뜨러 제조업체의 투자 등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미 독과점 구조인 이통시장에서 통신 사업자들이 알아서 보조금으로 경쟁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 경쟁수단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이병태 교수는 "가격경쟁과 단일가격은 양립할 수 없다"며 지원금 공시제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교수는 "가격인하 경쟁은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것인데 사전 공시로 경쟁사가 유사하게 움직여 고객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누가 가격을 내리겠느냐"며 "현재의 법은 결국 통신기기와 서비스 요금을 하나의 가격으로 고정하는 '주간단위 공개 고정가격제'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 폐단 주범은 분리공시 무산?.."NO"
이 교수는 단통법의 치명적 결함이 가격공시제도에 있는 한 '분리공시'는 현재 문제점의 어떤 해결책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의 원천을 따로든 별도로든 공시하는 한 가격경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동근 교수도 단통법 폐단의 원인은 분리공시 무산이 아니라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조 교수는 "통신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임차해 사업하는 만큼 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 있지만 제조사는 인·허가와 무관하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을 수 없다"며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내수시장의 비중이 크지 않은데 제조사 장려금을 공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사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정식 교수는 "단통법은 소비자들마다 구입하고자 하는 지불의사액(Willing To pay)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규제"리며 "토론회를 계기로 시장경제 원리를 좀더 생각하게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