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잇달아 내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달 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도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8%포인트까지 내리고 500만원 이하 소액담보대출자에게 물리던 가산금리 1.5%인트를 폐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오는 6일부터 신규 개인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05%포인트 내릴 방침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영업점 판매마진율을 0.2%포인트 축소하고 일부 가산금리를 폐지해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까지 내릴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다음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1.7%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또 전체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서 받던 은행 마진부분을 0.2%포인트 내리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을 경우 붙는 가산금리도 모두 면제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의 보증대출과 연체대출 금리를 최대 1~3%포인트 인하하기로 하는 등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인하 행진은 고객과 실물경제를 감안한 자발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임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로 또 다시 궁지에 내몰린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출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는 것.
지난달 24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받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는 것은 아주 비정상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역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같은 '고육지책'에도 실제 금리 인하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는 앞으로 새롭게 대출을 받는 고객들에게만 적용된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은 기존 금리체계를 적용받는 것이다.
또 신한은행의 경우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에 붙던 가산금리 1.5%포인트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같은 소액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잡히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지적이다. 국민은행 등이 제시한 우대금리 역시 실무자들이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은행권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가 어떤 식으로든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31일 "은행권의 신규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로 은행들은 기존 고객들이 신규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위험과 정부로부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다른 대출금리도 인하하라는 압력을 받을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 역시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털어놨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2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과 실물경제의 회복에는 시차가 있다"며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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