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7일 제 18차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을 존속회사로 하고 NH농협증권을 소멸회사로 해 합병한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30일이며 합병 증권사는 31일 등기를 마치고 공식 출범한다.
양사가 통합해 탄생하는 증권사는 올 2분기 기준 총자산 42조원과 자기자본 4조3000억원 규모로 자산과 자본 기준에서 업계 '톱' 증권사에 오르게 된다. 현재 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원, 자산은 28조원 수준이다.
통합 후에는 무엇보다 지역망을 통한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로 인한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망으로 뻗어있는 농협은행 지점을 통해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 독보적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특히 현재 해외 9개의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우투증권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활발한 해외진출 모델과 유통망을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희국 NH농협금융지주 통합추진단 차장은 "농협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망이 깔려 있고, 수도권·지방·농업인·공공·소매금융에 강하고 반면 우투는 대도시 채널, 투자은행, 수도권, 고액 자산가 고객층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향후 양사간의 시너지 통합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사명으로는 'NH투자증권'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리'라는 브랜드는 통합후 약 3년밖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사명에서 빼는 방안이 우세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약 5개의 사명이 물망에 올랐고 이중 최종 사명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농협금융 산하의 통합추진단 논의를 거쳐 결정된 후 오는 29일 지주산하의 브랜드위원회에서 최종 통과될 예정이다.
통합후 사장은 비공식적으로 10월안에 내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평으로는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안병호 NH농협증권 사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LG투자증권에서 증권맨으로 시작한 전형적인 증권통(通)인 김 사장이 통합 증권사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식적인 통합 출범에 앞서 양사는 화학적 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현재 양사 사업부별 단합대회, 각 증권사 경영진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사직원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인력조정 셈법에도 분주하다. 앞서 희망퇴직 실시로 우투증권과 NH농협증권은 올해 각각 412명, 196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복되는 업무와 효율화 차원에서. 인력과 조직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NH농협증권 IB 조직은 이달 1일자로 기존 2개 본부, 9개팀, 1파트로 1개 본부 5개팀으로 축소 개편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우리투자증권의 연봉을 조율하기 위해 연봉을 500만~700만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도 노조와 협의 단계에 있다.
NH농협증권 고위관계자는 "임금 인상안과 인력조정 등의 이슈는 직원들이 민감하게 다뤄야 할 문제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중소형사 NH증권이 상대적으로 큰 우투증권에 맞추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 등을 노조와 협의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올해 400여명이 넘는 희망퇴직자를 내보내며 몸집 줄이기를 시작했고 현재 임원 조정, 지점 통폐합, 임금 조정, 통상임금 이슈 등을 노사 협의를 통해 검토 중이다.
우투증권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루트로 합병 이후의 조직효율화와 인력 조정작업에 착수했다"며 "비공식적으로 예정돼 있었던 '합병위로금' 지급 문제도 노사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NH농협금융지주는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달 안에 사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통합사장과 통합사명 등의 안건은 오는 12월 중순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