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 CP 발행'..법원, 현재현 전 회장에 12년 선고(종합)

법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경제 범죄"
"현재현, 범행 일체 부인하며 반성 않는다..엄벌 필요"

입력 : 2014-10-17 오후 5:30:58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재현(65) 전 동양그룹 회장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지난 8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한 것에 비해 감형됐다.
 
현 전 회장은 "사기 의도는 없었다"며 "중대한 경영상 오판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이 경영권 방어와 개인 이득을 위해 총수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부장)는 17일 특경법위반(사기), 특경법위반(배임), 특경법위반(횡령),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현 전 회장에게 "피해자 수나 피해금액의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경제 범죄"라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현 전 회장과 함께 사기성 CP·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가담한 정진석(57) 전 동양증권 사장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또 사기성 CP 발행·회사자금 25억원 횡령, 보험중개업체 선정 관련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화(49)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회사자금 8억원 횡령, 계열사 지분 고가매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철(39)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현 전 회장이 ▲피해자 약 4만명, 피해액 1조2958억원에 이르는 CP 등과 회사채 발행과 판매 관련 사기 범행 ▲6297억 원 상당의 계열사 간 부당지원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범행 ▲141억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범행 ▲두 차례에 걸친 동양시멘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양그룹은 2013년부터는 CP 등과 회사채의 차환발행과 계열사 간의 부당 자금 지원으로 회사의 부족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시한부 연명상태에 들어갔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현재현은 2011년경 그룹 내부로부터 그룹의 중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과감하고 시급한 구조조정 없이는 그룹의 부도가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그룹에 대한 지배권에 집착해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거나 편법적으로 회피하면서 계열사인 동양증권의 영업조직을 이용해 그룹의 재무상황이나 구조조정의 실정을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망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CP 등과 회사채를 계속적으로 판매해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사기 범행으로 인해 동양그룹 경영과 무관한 다수의 피해자가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금액 중 9868억원이 회복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현은 CP 등과 회사채의 판매를 통해 충분한 자금이 조달되지 않자 6297억원 규모로 부실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하는 업무상배임 범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다른 계열사에까지 그 부실이 전이되도록 했다"며 "계열사의 자체적인 생존가능성까지 소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더불어 현 전 회장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개인 채무에 대한 추가 담보 제공을 요구받자 계열사 보유 주식 합계 141억원 상당을 담보 제공해 이를 횡령한 혐의 사실과 해외에서 별도의 자금을 유치해 그룹 계열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양시멘트 주식을 상대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부분에서 "피고인 현재현의 시세조종 범행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자본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벌기업의 총수 지위에 있는 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처럼 죄책이 무거움에도 자신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현 전 회장은 차입금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시세 조정 등의 시장기망행위를 통해 2013년 2월22일부터 9월17일까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 발행 CP 등과 회사채를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총 1조2958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CP 매입과 담보 제공 등의 방법으로 2013년 7월부터 두 달간 그룹 내 부실계열사에 총 6297억 원을 부당지원한 특경법위반(배임), 계열사가 보유한 동양시멘트 주식 141억원 상당의 560만주를 개인채무에 담보로 제공한 특경법위반(횡령) 혐의도 받았다.
 
현 전 회장은 이와 함께 대만 찌아신 그룹으로부터 1500만달러를 유치해 2013년 6~9월 동양시멘트 주식을 집중 매수함으로써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혐의(자본시장법위반)도 함께 받았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재현(65) 전 동양그룹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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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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