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재판부가 법원이 아닌 병원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결핵에 감염된 피고인이 병원에 입원하면서 법정에 출석하게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정훈 판사는 21일 오전 10시30분 절도죄로 기소된 이모(49)씨가 있는 서울 은평구 역촌동 소재 서울 서북시립병원에서 찾아가는 재판을 20분 동안 진행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이 찾아가는 재판을 실시한 것은 지난 4월 하반신 마비로 법정 출석이 곤란한 피고인 장모씨의 집을 찾은데 이어 두번째다.
서울중앙지법은 찾아가는 재판을 위해 이씨로부터 병원에서 퇴원할 경우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았고, 국선변호인으로 국선전담변호사로 선정해 이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했다.
이씨가 앓고 있는 결핵이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날 재판장을 비롯한 소송관계인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재판을 진행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지하보도에서 피해자가 작업을 위해 벗어놓은 점퍼를 들고 가 점퍼와 그 안에 들어있던 현금 등 총 50만원 상당을 절취한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하지만 이씨의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탓에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2회 공판기일까지 불출석으로 기일이 연기됐다. 경찰서에 의한 소재탐지에도 이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재판이 진행되지 않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지명수배를 의뢰하고 구금영장을 발부했으나 이씨가 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알고 전염 등의 우려로 구금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날 김 판사는 이씨가 수사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다수의 당사자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거나 피고인이 중병으로 장기간 재판절차가 정지된 사건의 경우, 또 피고인의 질병에 의한 전염이 우려돼 법정에서의 재판이 어려운 경우 등 법정외 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국민에게 한 걸음 다가가 출장 재판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이동진 국선전담변호인과 김정훈 판사가 서울 서북시립병원에서 찾아가는 재판을 20분 동안 진행했다.(사진=서울중앙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