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연말 승진 대기 수두룩..대물림의 봉건문화

입력 : 2014-10-21 오후 5:58:2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의 평균나이는 52.5세, 임원의 출발인 상무의 평균나이는 51.3세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라는 통계까지 반영하면 입사해서 은퇴 직전까지 일해야만 샐러리맨의 꽃이라는 상무를 달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도 극히 일부의 직장인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다. 대기업 임원을 '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이 별을 아주 쉽게 따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벌 총수들의 자녀들이다. 총수의 자녀들은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영수업을 시작, 단기간 내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입사해 우리나이로 32살인 2001년에 상무를 달았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4살인 2001년에 상무보로 임원이 됐으며,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35살인 2004년에 상무보를 달았다.
 
올해 연말 인사철에도 첫 별을 따는 총수 일가의 젊은 자녀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16일 단행됐던 현대중공업의 인적쇄신 과정에서 대주주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31살의 나이에 상무보도 거치지 않은 채 상무로 직행하면서 고강도 인적쇄신의 명분을 퇴색시켰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시너지팀 부장이 부장 2년차로 올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다. 구 부장은 2006년 LG전자로 입사해 미국 뉴저지 법인과 HE사업본부, HA사업본부 등을 두루 거쳤고, 지난 4월부터는 그룹 지주사 (주)LG의 핵심부서인 시너지팀으로 자리를 옮겼다.시너지팀은 LG그룹의 전자, 화학 등 계열사 전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도 올해 31살에 불과하지만 오는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모두를 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실장은 2010년 한화에 입사해 지난해 8월부터 그룹 전략사업인 태양광 사업의 한 축인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았고, 올해 9월에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에 선임돼 중국 태양광 시장 공략 임무를 맡았다. 김 실장의 경우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에 앞서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는 일선에 선 점이 높이 평가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장은 올해 39살로 다른 총수 자녀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2012년 1월에 부장으로 승진해 총수 자녀들 중 비교적 근무 연한이 오래돼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핵심 계열사인 국내 최대 농자재기업 동부팜한농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일반인이 임원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고 능력도 검증받으면서 올라가지만, 재벌총수 자녀들은 별 다른 검증이나 인사연한을 채우지 않고도 승진하고 있다"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속으로 승진하는 것이지만, 미등기임원 인사의 경우 총수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총수 1인 중심의 우리나라 기업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료=CEO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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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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