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는 '합법' 필러는 '불법'..시장 혼선

입력 : 2014-10-21 오후 6:07:57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필러 시술 관련 제약업체의 거짓 허위광고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시장 전체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동안 보톡스와 함께 주름시장을 이끌어온 주요 필러 업체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사실상 필러의 눈가와 미간 시술은 '불법'이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필러는 깊게 팬 주름이나 푹 꺼진 부위 등에 피부와 비슷한 성분을 주사해 볼륨감을 만들어주는 시술로, 성분은 인공눈물과 유사한 히알루론산이 대부분이다. 팔자주름뿐 아니라 이마와 미간 주름을 펴주고 코를 높이거나 콧등 모양 조절까지 가능하다. 눈 밑 애교살로 부드러운 인상과 동안 얼굴을 표현해 주기도 한다.
 
최근 식약처는 눈가와 미간 등에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시술이 가능한 것처럼 거짓·과대 광고한 12개 업체들을 적발했다. 이들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해당 업체들은 제품 사용 시 주의사항에 눈 부위 및 미간에 주입이 금지돼 있음에도, 눈 주위 및 미간 부위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의 거짓 과대광고를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가 적발한 필러들은 레스틸렌, 이브아르, 쥬비덤, 스컬트라 등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제품들로 LG생명과학, 휴메딕스, 갈더마코리아 등 필러시장 상위권 제약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이들 12개 제품들이 필러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5%가 넘는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처분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로 보여진다. 지난 7일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필러 시술을 받은 후 시력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국내에서만 4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자료출처=식약처>
 
이번 행정처분으로 필러업계 뿐 아니라 수년 동안 필러 시술을 해 온 성형외과, 시술을 받은 소비자 모두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제약업체와 성형외과 의사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분주한 모습이다.
 
제약업계는 갑작스러운 식약처의 지적이 다소 억울한 눈치다. 거짓 과대광고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에게 시술을 해 온 의사들에게는 관대한 식약처의 처분이 못마땅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번 과대광고 관련 처분을 모두 인정은 하지만 허가받지 못한 제품을 납품받아 시술한 성형외과 의사도 어느 정도 책임소재가 있지 않느냐"며 "앞으로 소비자 항의가 쏟아질텐데, 모든 부작용 책임이 제조업체에 있는 것 같이 비춰져 향후 필러업계 전체가 휘청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형외과에서 시술하는 제품의 대부분이 이번에 적발된 12개 업체의 제품이라 앞으로 눈가와 미간 필러 시술은 지방이식이나 보톡스 시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눈가와 미간부위 시술이 허가된 필러 제품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점유율이 낮은 업체들이라 어느 회사인지 파악도 안되 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형외과 의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필러제품의 허가 금지사항으로 자칫했다 '불법' 시술 병원으로 낙인 찍힐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필러시술을 지방이식으로 대체해 권유하는 것도 난감하기만 하다. 부작용 소식에 소비자들의 문의전화는 하루종일 빗발치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최근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필러시술은 간단하면서 짧은 시간에 주름도 펴고 여러 가지 성형 효과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며칠새 병원에 필러를 시술받은 환자들이 제품명을 묻는 등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수많은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 일일이 재품별 허가 유무에 대해서는 조사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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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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