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중국인 두모(38)씨의 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한국에서 재혼해 한국인이 됐다. 두씨는 멀리 떨어진 어머니와 인터넷 화상채팅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컴퓨터 조작에 미숙한 어머니와 두씨를 이어준 사람은 새 아버지의 딸 김모(40)씨였다. 이 일을 계기로 차츰 가까워지자 사랑이 싹텄다. 둘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5년 7월 혼인신고를 했다. 두씨는 한국에 건너와 자리를 잡았다.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씨의 직장이 변변찮았던 차에, 문화적 갈등이 불거졌다. 부부는 2010년 8월 이혼했다. 이후 두씨는 중국에서 이혼한 전처와 한국에서 재결합했다. 전처는 두씨와 이혼하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국적을 취득한 뒤 다시 이혼한 상태였다.
법무부는 2013년 11월 두씨가 위장결혼한 것으로 보고 귀화허가를 취소했다. 두씨는 진짜 사랑해서 김씨와 결혼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김씨도 법정에 나와 두씨의 주장을 거들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는 두씨가 "귀화를 허가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아버지의 부인(두씨의 어머니)과 두씨의 인터넷 화상채팅을 돕다가 두씨와 가까워졌고, 중국에 가서 두씨를 만나 교제하게 됐다"며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두씨의 강요와 부탁, 금전적 대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두씨와 이혼하고 다시 결혼해 임신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혼 전력이 현재 남편에게 알려질 것을 염려하면서까지 김씨와 진정으로 혼인관계 맺은 것이라고 법정증언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두씨가 귀화진술서에 김씨와 결혼하게 된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적기는 했지만, 둘의 관계가 특수했던 탓에 구체적으로 기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씨는 9년 가까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경제활동을 했고, 현재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한국에 체류하고 있어 한국 국적을 유지할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