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반발에 GSK 후퇴..다국적제약사 '움찔'

입력 : 2014-10-22 오후 5:31:12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GSK의 유통비용 인상 이후 다국적제약사들의 유통비용 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학품유통업계의 '불매' 투쟁에 GSK가 한발 물러서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은 유통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마찰없는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GSK와 의약품유통업계의 협상안은 업계가 주장한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합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GKS는 유통업계와 제약사 간 거래시 손익분기점 마진 8.8%보다 훨씬 낮은 5%~6% 수준에서 마진을 제공했다. 이번 양측의 합의안에는 기본 유통마진 인상에 회전율에 따른 추가 마진 인상폭이 전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유통업계의 끊임없는 투쟁과 시위로 이끌어냈다. 유통업계의 유통마진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해온 GSK에 대해 유통업계는 GSK 약품 취급 거부와 함께 업계 인사들의 1인 시위를 잇달아 진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GSK 제품에 대해서도 의약품 전자상거래시장인 팜스넷을 비롯해 더샵, 온라인팜, 메디온 등 외에도 대형 도매업체들도 재고를 내려버렸다. 이에 따라 GSK가 판매하는 천식치료제 벤토린에보할러의 경우 대체약품이 없어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지난해 말 유통업계는 한독과의 투쟁에서도 이번 경우와 똑같은 방법으로 협상에 성공해 유통비용을 기존 6%에서 8.3%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의약품도매상의 유통비용을 조사한 결과 국내제약사의 마진율은 10~11%인데 반해 다국적제약사는 6~7%로 손익분기점인 8.8%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제약사의 도매마진이 도매 평균비용보다 낮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유통비용 저마진으로 도매회사의 부도와 폐업이 속출하는 등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한국화이자의 경우 매출기준에 따라 3그룹으로 분류해 1그룹은 6.75%, 2그룹은 6.25%, 3그룹은 5.75%, 한국노바티스는 6%, 사노피는 5%~ 6%를 지급하고 있다"고 다국적제약사의 횡포를 지적했다.
 
<출처=국감자료>
 
복지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의약품도매상 ‘폐업 및 부도현황’에 따르면, 2011년 16개사, 2012년 15개사, 2013년 33개사가 폐업하거나 부도처리됐다. 유통협회 측은 이번 GSK와의 마진 협상을 기초로 유통마진이 낮은 제약사와 대화를 통해 마진 인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물가 상승과 제약시장 위축 등을 고려할 때 유통마진을 최소 8.8% 보장해 줘야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우선적으로 한국화이자를 상대로 협상에 착수, 대화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약품 취급거부와 함께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투쟁 전선이다.
 
의약품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다국적제약사들의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약품유통비용에 대해 손실을 감수해가며 의약품을 공급해왔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고정비 등으로 비용절감을 통한 수용에도 한계에 부딪혔다"며 "손익분기점은 8.8%지만 다국적제약사들 대부분이 6%~7%대의 유통비용만 지급해, 유통업체들의 순익이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통비용 원가에서 2%~3% 가량 부족한 비용이 경영상 미치는 타격은 실로 크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독에 이어, 바이엘, GSK가 의약품유통비용을 인상했다는 점은 의약품유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들의 인상 수준이 의약품유통업계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유통업계는 자체적으로 자신감과 힘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GSK와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 그동안 낮은 수준의 의약품 유통비용을 제공해온 것으로 지목받은 일부 다국적제약사들이 협회와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내부적으로 유통비용 인상을 검토 중이니 회사 이름만은 거론하지 말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다국적제약사들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의약품 유통업계의 유통비용 인상안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들은 GSK와 의약품유통협회간의 유통마진 협상이 타결된 직후 관련 부서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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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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