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에너지가 언제 단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형성됐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우크라이나 가스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유럽 에너지 안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중재했음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대금 협상이 무산되자 과거의 쓰라린 추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섰던 지난 2006년과 2009년 당시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유럽은 에너지 부문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판로를 다변화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유럽 각국들은 폐기물이나 동식물 잔해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유럽은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에너지 총 사용량 중 11%를 재생에너지에서 획득했다. 오는 2020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은 노르웨이와 영국, 지중해와 카스피해, 중앙아시아 등 내외부로 판로를 확대하고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이 여전히 대다수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왼쪽)과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확보한 판로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완비하고 가스 보유 국가와 공급 계약을 맺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25년이다. 그전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재생에너지는 얻을 수 있는 전기량이 제한적인데다 정부 지원금도 엄청나게 필요로 해 얻는 것 보다 부담이 더 커 보인다.
라슬로 바로 인터내셔널 에너지 에이전시 가스·석탄부문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기반시설이 늘어나고 정책상의 발전도 있었다"며 "그러나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 유럽은 그 부족분을 물리적으로 다른 곳에서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유럽은 원자력, 석탄, 셰일가스 사업을 대안으로 삼고 있으나, 환경 문제 때문에 번번이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은 탄소배출 절감이란 EU의 규제에 막혀 발전량이 제한돼 있고 원자력은 핵 폐기물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배에다 싣고 오는 방안도 비효율적이다. 아시아 국과 낙찰 경쟁를 벌이는 과정에서 가스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에너지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럽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에너지 사용량을 법으로 규제하는 등 과학·정책상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너무 환경만 감싸고돌다가 에너지 안보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갈 루프트 글로벌 시큐리티 분석가는 "유럽은 그동안 러시아가 주는 가스에 취한 몽유병 환자로 지내왔다"며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환경 때문에 미뤄둔 석탄, 원자력, 셰일가스를 사용한 발전 방식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