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플러스(+)인 것으로 나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아졌다.
전월 대비 민간소비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의 상승폭을 그리면서 강하게 반전해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그간의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소비심리에 영향을 크게 주는 주식가격, 주택가격의 지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루가 다르게 개선돼 경기 바닥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 소비 살아나나
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의 소비재판매가 전월 대비로 5%나 깜짝 상승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전월 대비 소비재판매액이 이처럼 급속하게 증가한 것은 1998년 2월의 5.4%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에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3.7%나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됐고 올 들어 1월까지도 전월 대비 소비재판매는 마이너스 2.1%로 소비 침체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매우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 2월에 소비가 상승 반전하면서 경기의 빠른 회복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1월과 2월의 소비지표만 보면 정부에서 그동안 조심스레 예측했던 'V자' 형태의 가파른 회복도 가능해 보인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타는 내구재 판매는 지난 1월에 3.6% 늘어난 데 이어 2월에는 6.4%로 상승폭이 커졌고 준내구재는 1월 11.1%에서 2월 4.0%로 폭은 줄었지만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 영향을 가장 덜 타는 비내구재는 1월 마이너스 6.8%이던 것이 2월 5.5%로 상승 반전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물론 작년 말부터 이어진 소비위축이 워낙 충격적인 데서 오는 반발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의 실물경기 쇼크에 따라 소비가 얼어붙었다가 잠시 풀린 것이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3월의 소비재 판매는 속보지표나 소비심리 등을 감안할 때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이 5개월 연속 한자릿수 증가에 그치고 전월보다 상승폭도 둔화하고 있다.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데다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하락해 소비심리가 급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하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전월의 감소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각종 지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경제위기의 극복을 소비, 특히 내수진작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반전 신호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어느 정도 제어가 가능한 소비가 살아날 경우 경제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서비스업 상승에 주목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과 대비해서도 플러스 0.1%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1.2%가 올라 작년 12월 이후 3개월째 플러스 행진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서비스업 생산 증가는 기술적인 반등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플러스로 나타나면서 지표를 다시 보게 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하수.폐기물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이 8.4%나 증가했고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7.6% 상승했다. 또 숙박 및 음식점업은 3.7%, 금융 및 보험업이 3.6%,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2.7% 확대됐다.
반면 도매 및 소매업이 -1.9%, 교육서비스업이 -0.9%, 부동산 및 임대업이 -0.5% 등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한 분야도 있다.
정부에서는 재정 조기집행의 속도 등을 감안할 때 3월에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를 포함해 경제전문가들이 서비스업 동향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비중은 46% 정도지만 고용시장에서는 70%에 달할 만큼 경기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이 국내 고용시장을 좌우하고 고용은 내수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초점이 서비스업에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허경욱 1차관 등은 서비스업 살리기에 진력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 국내외 심리 호전 요인 많아
소비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가나 주택가격 관련 지표들은 요즘 국내외에서 연일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내년 말까지 5조 달러를 투입하고 국제기구에도 1조1천억 달러를 출연하기로 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중 한때 8,000선을 넘어섰다가 전날보다 216.48포인트(2.79%) 급등한 7,978.08로 마감했다. 4주 전에 비해 21%가량 오른 것으로 7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증시도 사흘 연속 올라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전날보다 4.94% 급등,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주택가격 지표도 호전됐다.
미국의 2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82.1로 전달보다 2.1% 상승, 1월에 7.7% 감소했던 것과 대조를 보였다. 2월 신규주택 판매도 4.7% 늘었고, 기존주택 판매는 5.1% 증가해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주가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소비심리를 달구고 있다. 지난 3일 코스피지수는 1,283.75로 마감, 3월2일의 1,018.81과 비교했을 때 한 달 만에 26%나 뛰었다.
주택값도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2주 연속 상승하는 등 반전 기미가 확산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사인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이 소비를 이끌었다고 본다"면서 "더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만으로도 사람들은 소비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