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공청회가 중개업자들의 거센 반발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됐다. 공청회에서는 매매·임대차 고가구간에 대한 세분화와 요율인하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23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안양시 국토연구원 대강당에서는 국토교통부 후원, 국토연구원 주체로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회사 이후 단상에 난입한 중개업자들로 인해 중단됐다.
이미 공청회 시작 전부터 국토연구원 본원 앞에는 중개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공청회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 시작전 국토연구원 본원 앞(사진=한승수)
국토연구원은 1시 30분 예정된 시간에 맞춰 공청회장인 대강당 입장을 시작했고, 대강당에 들어선 중개업자들은 중개보수요율 개편에 대한 부당위성을 호소했다.
2시경 공청회 시작을 알리고 김경환 국토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했지만 더 이상 행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중단 과정에서 김 원장과 작은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개회사가 끝나자 마자 강당에 진입한 중개업자들로 인해 공청회는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 현장(사진=한승수)
중개업계는 국토부가 주택 계약의 최일선에 있는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요율을 조정한 것이 중개업계를 무시한 처사라고 거세게 비난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장준순 공인중개사협회 부회장은 "지난 주 협회에서 실시한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에 국토부 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오늘 공청회를 하면서 전날 밤 8시에 자료를 전달했다. 충분히 분석할 시간조차 주지않았다. 이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다"고 국토부를 질타했다.
또한 국토연구원의 사전 설문 조사가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토연구원이 적정 중개보수요율 산출을 위해 일반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간별 현재 중개보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로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고가구간에 대해서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매매 71.6%, 임대 81.4%로 나왔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중개업자 설문 조사에서도 '현행요율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전호철 이사는 "얼마나 중개사를 무시했으면 이런 설문 조사가 있겠는가 현재 공무원의 임금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과 뭐가 다르냐"면서 "사무실 비용도 제대로 못내고 있는 중개업자들 중에 지금 요율이 적정하다고 말할 중개업자가 어디있는가"라고 격분했다.
공식 행사 시작 10분만에 중단된 공청회는 이후 중개업자들의 성토회장으로 변했다.
결국 공청회는 2시 50분경 국토연구원이 "서면으로 전달된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하며 공식 중단됐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의 기습 공청회를 우려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중개업자는 "전월세가 급격히 올라 간 것과 공인중개사가 너무 배출된 것은 정부 탓 아닌가. 왜 그 잘못을 개업 중개업자들에게 떠넘기려하는가"면서 "여기 백발이 성성하신 분들에게 중개업은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이다. 경쟁이 심해 여기있는 모든 분들의 생계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 현장(사진=한승수)
한편 국토연구원은 중저가 구간을 유지하고 매매 6억원, 임대차 3억원 이상 구간을 세분화하고, 요율을 조정하는 안을 마련, 의견을 들을 계획이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매매 6억원 이상의 0.9% 이내에서 협의로 받게 돼 있는 고가구간을 6억원~9억원, 9억원 이상으로 나누고 요율을 각각 0.5%이하, 0.9%이하 협의로 조정했다.
임대차 역시 3억원~6억원, 6억원 이상으로 구분하고, 0.4%이하, 0.8%이하로 요율을 세분화했다.
또한 오피스텔은 상하수도, 수세식화장실, 입식부엌을 갖춘 오피스텔은 매매 0.5%, 임대차 0.4% 이하에서 협의토록 개정했다. 현행 상업용시설로 구분되는 오피스텔은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