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종료와 관련해 이달 중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하고 마지막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던 취지는 사라지고 설득력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던 그동안의 모습만 되풀이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대응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여인홍 농림부 차관과 농민단체, 민·관 연구기관, 법률 전문가 등이 모두 나왔지만, 대책도 없이 쌀 시장을 열려는 정부의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쌀 시장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아직 관세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내 논의와 결정된 사항이 전무한 탓이다.
이날도 여 차관은 "쌀 관세화는 미룰 수 없고 대안도 없다"며 그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고수한 입장을 반복했지만, 정부는 쌀 관세화의 핵심인 관세율은 협상 비밀유지와 협상 전략차원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고 농업 보호대책도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송기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관세율도 모르고 농업대책도 안 나왔데 공청회를 열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정부는 WTO에 쌀 관세화 수정양허표 보내기 전 입법예고와 국민 의견을 모아야 하지만 이것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쌀 관세화의 필요성과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대두된 지 20년이 넘도록 아직 농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쌀 소비량이 줄고 안 먹는 쌀은 넘쳐나므로 쌀 관세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농업계는 정부가 협상을 통해 쌀 관세화를 배제하는 방안을 찾아고 강조했다.
더구나 처음 쌀 시장개방 문제가 불거졌던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때 이후 농업계는 식량주권 문제와 국내 쌀 산업보호를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꼽았지만,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쌀을 양허제외 하겠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답변을 못 내놨다.
정부의 태도에 달라진 게 없고 농민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공청회가 펼쳐지면서 애초 쌀 관세화 입장 발표를 한달씩 미루며 합리적 대안을 찾겠다던 정부의 처지만 궁색해졌다. 농민들 눈치 보느라 이리저리 시간만 미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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