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피고인 박찬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다."
24일 오전 11시48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303호 법정. 황병하 부장판사의 판결이 내려지자 방청석에 자리잡은 금호석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나오며 술렁였다. 2심 재판부가 1심에서 선고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나중에 얘기합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도 "법무팀과 상의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낀 뒤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박 회장은 선고 직전 기자와 만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담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재판부가 형량을 1심보다 높게 선고하자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법정에는 박 회장의 부인인 위진영씨를 비롯해 장남인 박준경 상무도 참석해 긴장된 표정으로 판결을 끝까지 지켜봤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위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남편의 무죄를 간절하게 기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판결 직후 "판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단언하지 않겠다"면서 에둘러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금호석화 측은 "무엇보다 긴 시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 "앞으로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짧은 입장을 표명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조6000억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대우건설 인수 금액은 당시 주가 대비 197%에 달할 정도로 과도해 금호그룹의 부실을 촉발시키면서 양측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대한통운 인수까지 이어진 무리한 확장은 결국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직까지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해 줄 것을 신청하는 등 독자행보를 예고하며 형제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2011월 4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박찬구 회장은 배경에 형인 박삼구 회장이 있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그해 12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고, 올해 1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박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즉각 항소를 제기, 명예 회복에 나섰다. 아울러 지난 9월 초 형인 박삼구 회장을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등 양측은 수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건 등으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