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애플의 '단가 후려치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애플이 부품 공급을 빌미로 막대한 금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함과 동시에 특허권 침해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일본의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시마노 제작소'라는 이름의 중소기업이 지난 9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특허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시마노에 따르면 애플은 부품 공급을 대가로 159만달러(한화 17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시마노 제작소는 전자기기의 전원 어댑터 커넥터 부분 등에 사용되는 '포고 핀'을 생산하는 전문 업체다. 비교적 영세한 규모에 비상장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력을 높이는 보증 수표로 알려져 있다. 인텔과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전자기업들도 모두 시마노의 고객사다.
시마노가 일본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구매담당자가 "리베이트를 지불 받을 필요가 있다"며 "159만달러를 6월 첫째 주까지 애플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계좌에 입금하라"고 발언한 부분이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은 시마노의 부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술을 유출, 대체 핀 제품을 제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마노는 그동안 애플로부터 수차례 포고핀 증산을 요구받았고 이에 맞춘 양산 체제를 확보해 왔다. 하지만 반년 뒤 갑작스레 애플의 핀 발주량이 급감했다. 애플은 기존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거래량을 크게 줄였고, 심지어 시마노가 보유한 특허권을 다른 협력업체에 넘겨 대체 핀을 제조했다는 것이 시마노의 주장이다.
이후 시마노는 애플에 거래 재개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급격한 가격 인하와 함께 막대한 금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마노는 결국 애플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특허권 침해 대상인 애플 제품의 전원 어댑터와 그것이 포함된 노트북, 맥북프로, 맥북에어 등의 일본 판매 금지를 법원에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시마노의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다른 협력업체들도 속속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쉽사리 나서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시마노의 경우 애플 이외의 고객사가 많지만 다른 업체들은 마땅한 탈출구가 없는 형편이다.
국내에서도 애플의 특허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 행보가 있다. 이달 국내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인포존은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를 포함한 애플 제품에 대한 국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가 자사의 기업용 메시지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이 업체는 소장에서 "애플이 2011년 10월 iOS5를 출시하면서 데이터망을 이용해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아이메시지 기능을 추가했다"며 "데이터망 또는 전화통신망을 선택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자치, 그 운용방법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