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기업에는 수십조원의 손실을 안기고 그 못지 않은 혈세를 낭비한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진실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이명박정부의 부실투자 문제를 끝까지 추궁했지만 정부는 책임을 계속 회피해서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위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작심한 듯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은 "MB정부의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국부유출이자 권력형 비리로 번질 조짐"이라며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투자한 자금은 총 40조원인데 이 가운데 손실액만 35조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부좌현 의원도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는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고 투자자산 특성상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투자대비 손실이 크다는 점 뿐아니라 법적으로 따져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0년 이라크 바이르 유전 등 2곳의 유전에 12조원을 투자했는데 가스공사법에는 가스공사가 가스업 외에 석유업에 투자할 수 있게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부 의원은 특히 가스공사의 해외투자를 위해 MB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의원발의해 가스공사법까지 개정했다며 특혜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감에 출석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가스공사법 개정은 가스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 규정이 애매하고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고쳐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다"며 "가스공사의 해외투자를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News1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MB정부의 부실투자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지난 MB정권에서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국감 증인출석을 요청했지만 이는 현행 국무위원 자격 문제와 새누리당 등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또 MB정부에서 자원개발정책관과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내며 부실투자 책임론을 떠안은 윤상직 장관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장관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본질은 리스크 감수고, 공기업의 누적손실은 집계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의 책임론도 사실상 공기업이 투자절차를 다 밟고 계약을 완료한 것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 승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은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그렇게 위험이 크고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오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몰아치듯 추진해 손실을 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MB정권의 부실투자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MB정권의 비호 아래 추진돼 수년간 은폐됐고 박근혜정부는 이 문제를 공기업의 잘못으로 축소·왜곡했다"며 "국회는 국정조사를 열어 부실투자의 숨겨진 배경과 사업별 부실실태를 파헤치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MB정권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지낸 김신종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전 경영진에도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됐고 당시에도 실패사례가 있었다며 야당의 MB정권 때리기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과거 기록을 보면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에너지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전략적 방침에 따라 참여정부 때부터 진행됐다"며 "이 당시 한국석유공사는 34개 사업에 투자해서 23개 사업이 실패했는데 이를 사업 실패라고 볼 수 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