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말못할 고민..한화 놓고 희망·우려 교차

입력 : 2014-10-27 오후 6:33:02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휠체어에 올라 돌아가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희망이자 우려다. 총수 공백을 겪고 있는 CJ그룹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6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탈세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된 후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12일 2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으며 집행유예의 희망이 꺾였다.
 
항소심에서 1년의 감형이 이뤄졌지만 CJ로서는 여전히 불편하다. 특히 이 회장이 신장이식 수술에 따른 후유증과 근육이 위축되는 선천병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어 수감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 답답함은 커졌다. 수치를 무릅쓰고 생명의 위협까지 호소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이 회장에게 3차례의 구속 경험에도 불구하고 3차례의 집행유예 판례를 갖고 있는 김승연 회장은 대법원의 결정에 앞서 가장 닮고 싶은 사례다. 이중에서도 2012년 8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례는 이재현 회장이 겪고 있는 소송일지와 가장 흡사하다.
 
1심에서 법정구속됐던 김 회장은 건강문제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고, 2013년 4월 징역 3년으로 감형은 됐지만 실형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9월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환송이라는 결과를 얻어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린 데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벌금 50억원)과 함께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기는 했지만, 유사한 사유로 대법원에서도 패소해 결국 재벌총수 최장기간 감옥생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교하면 법정에 선 재벌 회장들의 사례 중에서는 으뜸이다.
 
특히 상고심을 앞둔 이재현 회장에게는 희망적 사례다. 2013년 7월 구속기소된 후 1심에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1년의 감형을 받긴 했지만 징역 3년의 실형을 유지했다. 질병의 문제로 일정기간 구속집행정지 혜택을 받은 것을 비롯해 김승연 회장의 3번째 법정일지와 닮은 꼴이다. 
 
그런데 최근 김 회장을 바라보는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마냥 부럽게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대법원 판결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과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을 치르던 김승연 회장의 몸 상태는 외형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최후진술에서는 병원침대에 누운 채로 법정에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구급차 없이는 법원에 오지도 못하는 중환자였다. 재벌 총수로서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회장은 재판과정 내내 만성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그리고 낙상 등 다양한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실제 상당부분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지난 3월과 5월에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문제는 이 회장 측에서 볼 때 김 회장의 회복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6월부터 법원에서 명령한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했고 8월말에는 10여일간 유럽여행을 갔다왔다. 이르면 다음달에는 300시간의 봉사활동시간을 모두 채울 전망이다. 봉사활동은 집행유예기간 내에만 완료하면 된다.  
 
특히 9월 인천아시안게임 때에는 셋째 아들 동선씨가 출전한 승마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응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9월20일 승마 단체전에 이어 사흘 뒤 열린 개인전 결선에도 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김 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아들의 메달을 기뻐하는 건강한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수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김 회장의 막내아들 사랑은 한화그룹은 물론 재계 안팎에서 정평이 나 있다.
 
김 회장의 건강회복과 함께 경영복귀설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올해 안에 법원에서 받은 봉사명령 이행을 완료하고 늦어도 내년부터는 그룹 경영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여론 시선이 부담으로, 가능한 김 회장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극도의 눈치작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실 경영 복귀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로 정상적인 출근을 하느냐의 문제인데, 건강이 회복된 만큼 봉사활동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런 부분이 현실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기대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과 CJ그룹으로서는 김 회장의 건강 회복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기대대로라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 이뤄지고 3년의 실형에 집행유예가 더해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침대에 누워서까지 법정에 나섰던 피고인이 불과 3~4개월만에 봉사활동과 일상생활을 이행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점이 자칫 대국민 지탄을 받아왔던 재벌들의 '꾀병'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말 못할 고민이 커졌다.
 
특히 이 회장은 근육이 위축되는 샤르코마리투스병 때문에 실제로 몸무게가 80kg대에서 40kg대로 절반가량 줄었다.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그가 뱉은 "살고 싶다"는 한마디를 마냥 거짓으로 치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건강상태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희망을 걸고 있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법원은 철저한 법리 싸움이지만 여론도 무시 못한다"며 혹여 불똥이 이 회장에게 튀일까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 회장의 상고장을 지난달 29일 접수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지난 24일 상고이유서와 참고자료 등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의 선고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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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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