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 태양광은?..득일까 실일까

"가격경쟁력 약화 vs 독자산업, 영향 미미"

입력 : 2014-10-22 오후 5:22:39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수직낙하하면서 태양광 산업에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이 고유가 시대의 산물임을 들어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우선 제기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태양광발전이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수요 위축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등 유가 급락기를 맞아 태양광 시장을 둘러싼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배럴당 81.78달러로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배럴당 90달러대가 무너진 뒤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형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내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도 밀려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불똥이 태양광 업계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출발점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목적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터져나왔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특히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기를 뜻하는 '그리드패리티'의 기준점이 되는 것도 결국 석유이기 때문에 유가 약세는 태양광발전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해석이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실적 부진의 몸살을 겪고 있는 태양광 기업들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의 경우 사실상 정부 지원(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지금처럼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정부와 기업 모두 수익성에 입각해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업계 일각과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이 태양광 업계에 미칠 영향이 과장됐다며 맞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고유가 대책의 일환에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화석연료의 대체제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친환경 연료,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안전성이 최대 경쟁력으로 인정받으면서 에너지 분산의 관점에서 산업이 성장해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태양광 산업은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시장은 지난 2012년 30.8기가와트(GW)에서 이듬해인 2013년 40.1GW로 1년 만에 29% 성장했다. 2012년은 이란 핵 리스크로 상반기까지 국제유가가 최고점을 찍었다가 하반기에는 세계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일면서 최저가를 찍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트' 행보를 보이던 때다.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 혁명의 진원지임에도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미국은 올해 전체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가 6GW를 기록, 셰일가스 양산에 돌입했던 2011년(2GW) 대비 218%나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에서 태양광 수요가 폭증한 것은 태양광발전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여력이 커진 때문"이라면서 "유가하락으로 인해 태양광 수요가 위축될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지만, 석유는 발전용에 사용하는 비중이 0.6%에 불과하다"면서 "유가하락이 곧 전기요금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기업의 주가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3대 태양광 기업 중 한 곳인 선파워의 경우 지난달 중순까지 30달러 중반을 기록하다가 이달 초 30달러 초반에 진입했다. 특히 지난 13(현지시간)일에는 26.98달러로 내려앉았지만, 이내 회복해 21일 31.76달러로 마감했다.
 
선에디슨 역시 지난 13일 14.30달러까지 밀렸다가 21일 19.0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전 수준인 20달러대 초반의 턱밑까지 근접한 상태다. WTI가 이달 초 배럴당 90달러가 무너진 뒤 수직 하락해 현재 80달러대 초반을 턱걸이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종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태양광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유가변동의 영향은 크게 없었다"면서 "업계 내 수급 불균형이 꼬이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유가급락으로 인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됐다고 지적한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면 태양광 수요가 반감될 여지는 있지만, 유가 약세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특히 최근 국내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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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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